20일 고 건(高 建) 총리 후보자에 대한 첫날 인사청문회는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기 보다는 고 후보자 본인과 가족의 병역문제 등 지금까지 나왔던 의혹을 되짚는 수준으로 진행돼 다소 맥 빠진 분위기였다. 철저한 추궁을 다짐했던 한나라당은 이회창(李會昌) 전 대선후보의 아들 병역면제 의혹과 형평성 문제를 따지거나, 10·26 및 5·17 당시 행적 등을 물고늘어지는 데 그쳤다. 민주당은 국정수행 능력을 점검하는 질문에 치중해 더욱 긴장감을 떨어뜨렸다.고 후보자는 야당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듯 낮은 자세로 임했으나 일부 의혹에 대해서는 "답변시간을 달라"면서 적극 방어했다. 그는 병역 기피의혹에 대해 "일부러 회피하지는 않았지만 항상 나라에 빚을 지고 있다는 부채 의식을 갖고 사회에 봉사할 생각을 갖고 있다"면서 예봉을 피해갔다.
그러나 고 후보자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10·26과 5·17 당시 행적 등 도덕성 문제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자 수 차례 멈칫거리며 해명에 진땀을 빼는 모습이었다. 한나라당 오세훈(吳世勳) 의원은 국회 의사록을 인용, "12대 국회 때 내무위원회에서 활동할 당시 부천서 성고문 사건,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등에 대해 한 마디도 언급한 기록이 없다"고 추궁했다. 고 후보자는 한동안 멍한 표정을 짓다가 "당시 여야 의원들이 많이 얘기해서 말할 필요를 느끼지 않았는지 모르겠다"며 얼버무렸다.
고 후보자는 서울 2기 지하철 건설을 서울시장 재직시절 치적으로 내세웠다가 한나라당 전재희(全在姬), 오세훈 의원 등으로부터 지하철의 안전성 문제로 역공을 당하기도 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개혁 코드와 맞지 않다는 일부 지적에 대해서는 "큰 정책방향은 일치하겠지만 이를 실천하는 구체적인 정책수단은 많은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고 후보자는 모두연설을 통해 "총리직 제의를 받고 많이 망설였다"면서 "그러나 이 시대가 요구하는 역할이 있다면 그 짐을 지는 게 도리라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모두연설에서 서울시장 때의 치적을 장황하게 설명해 일부 의원들의 빈축을 샀다.
/김성호기자 s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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