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다를 줄 알았는데…."증권시장에서는 요즘 유상부(劉常夫) 회장의 연임 여부를 둘러싼 정부와 포스코간 힘겨루기가 초미의 관심사다. 정부 입장을 대변하는 일부 기관투자가의 공공연한 연임 반대의사 표시가 '신(新) 관치' 논란으로 번지면서 세계 최대 철강기업의 경영권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기관투자자들의 연임 반대 논리는 명쾌하다. 유 회장이 타이거풀스 주식 고가매입 사건으로 도덕적인 흠집이 있는 데다 포스코 회장직은 옥상옥이란 이유다. 반면, 포스코 지분의 62%를 쥐고 있는 외국계 투자가들은 경영실적을 내세워 연임을 측면 지원하고 있다. 최근 정부 고위 관리가 유 회장을 만나 연임 포기를 설득했다는 말이 나올 만큼 정부의 반대의사는 완강하다. 포스코가 이미 민영화한 기업이라는 점에서 드러내놓고 말을 하지 않고 있을 뿐이다.
유 회장의 연임 타당성과 자격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국민기업으로 성장한 포스코가 민영화 이후 유 회장 '개인 회사'로 변질돼 국민경제보다는 외국인 주주 이익 챙겨주기에 바쁘다는 따가운 지적도 있다.
하지만 포스코의 주인은 정부가 아니라 주주들이다. 연임을 지지하는 주주들은 유 회장이 추진해온 투명경영과 주주중시 경영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객관적인 경영 실적도 나무랄 데 없이 좋다.
어느 쪽 논리가 맞는지를 따지기에 앞서, 민간 기업의 의사결정을 '주주(투자자)의 손'에 맡기는 시장의 룰은 어떤 경우에도 지켜져야 한다. 이제 막 정부 입김에서 벗어나려는 민간 기업의 경영에 정부가 또 다시 개입하는 모양새는 아무리 봐도 볼썽사납다. 자칫 외국인들의 투자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빌미를 제공할 수도 있다.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면서 '민영화한 공기업'이라는 꼬리표를 달아 훈수하려는 모습도 청산해야 할 구태 아닐까.
김호섭 경제부 기자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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