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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몸바쳐 럭비 했던가…" / 한전팀 해체 충격… 계약직 선수들 졸지에 실업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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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몸바쳐 럭비 했던가…" / 한전팀 해체 충격… 계약직 선수들 졸지에 실업자로

입력
2003.0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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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 2연패에 금메달을 4개나 땄는데 실업자가 될 처지입니다."한국전력 럭비팀의 간판공격수이자 국가대표 전종만(29)은 20일 팀이 해체된다는 소식을 접하고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딛고 럭비를 천직으로 여겨왔지만 팀이 없어지게 돼 더 이상 그라운드에 설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럭비계도 한국럭비의 명맥을 이어온 전통의 한전팀이 경영환경 변화를 이유로 곧 해체된다는 소식을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럭비계 안팎에서는 삼성SDI, 포항강판, 상무와 함께 국내 실업리그를 구성하던 한전이 해체될 경우 다른 실업팀도 도미노 현상으로 해체수순을 밟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특히 국가대표 4명이 포함된 한전이 사라지면 내달 15일 열리는 통가와의 월드컵 지역예선 패자부활전에도 전력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986년 창단된 한전 럭비팀은 전국체전 5회 우승을 비롯해 춘계리그 및 대통령배 등 10여회 국내 정상에 오르며 럭비의 명맥을 이어왔다. 월·수·금요일 오후에 양정고등학교 운동장에 모여 팀 훈련을 해온 16명의 선수들은 이제 각자의 부서로 흩어져 럭비공을 놓게 된다. 사정이 딱한 사람은 돌아갈 근무처가 없는 4명의 촉탁(계약직) 선수들. "당분간 집사람에게도 알리지 않을 생각"이라는 전종만은 "방콕과 부산 아시안게임서 태극마크를 달고 그라운드를 누볐는데 돌아 온 결과가 팀해체라니 럭비인으로서 너무나 화가 나고 창피하다"고 토로했다. 전종만은 중학교 1학년때 맨몸으로 부딪히며 질주하는 럭비에 푹 빠진뒤 럭비명문 양정고와 고려대를 거쳐 현재 7인제 및 15인제 국가대표로 활약하고 있다. 송노일 감독은 "전종만 등 4명의 촉탁선수를 포용할 수 없는 회사 사정과 한국 럭비의 취약한 저변이 안타깝다"며 "일본과 아시아 정상을 다투고 7인제의 경우 세계8강 수준에 근접한 럭비에 국민들이 힘을 모아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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