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전역이 의욕을 잃은 듯 '멍한 모습'이다. 평소 거리 곳곳에 넘쳐나던 활기와 생동감도 사라졌다. 소비도시의 명성을 대변하던 밤 거리의 화려함은 빛을 바랬고 도심 골목에서 자주 눈에 띄었던 흥청망청은 찾아보기 힘들다. 시민들도 날벼락같이 날아든 슬픔에 넋을 잃었다.20일 밤11시. 유흥가가 밀집돼있는 수성구 두산동의 이른바 '먹자골목'일대는 평소의 흥청거림은 간데없고 한산하기만 했다. 평소 밤만 되면 만원사례를 빚었던 택시승차장은 사람들이 뜸했고 포장마차거리도 인적이 드물었다. 대구 수성구 상동 성림복어 주인 도정화(여)씨는 "각종 모임의 저녁 손님이 사고이전보다 3분의 1수준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황금네거리를 중심으로 다닥다닥 붙어있는 유흥가는 개점휴업상태다. 대구 수성구 황금동 B유흥주점 주인은 "올들어 불경기탓에 사고이전부터 손님이 약간 줄긴 했으나 사고이후에는 하루에 1∼2팀이 고작이다"며 "이들 손님들도 대부분 술만 마실뿐 노래는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시민들은 이웃의 아픔을 함께 나누거나 복구활동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등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주고 있다. 참사가 빚어진 중앙로역에는 사고 다음날 새벽 누군가 처음 놓기 시작한 국화꽃이 수북이 쌓이는 등 추도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대구시민회관 별관 2층에 마련된 희생자 합동분향소에도 매일 수백명의 시민들이 찾고 있다. 대구지역 관공서와 은행 기관 사무실직원들은 조기를 내걸고 가슴에 검은 리본을 달았다. 대구은행은 시내 5개소에 추모의 글을 담은 현수막을 내 걸고 전 지점에 반기를 게양했다.
대구 동구 신천동 정현봉(29·여·회사원)씨는 "이 달 말에 예정된 계모임 등 각종 모임을 모두 취소하고 유가족의 슬픔을 조금이나마 위로하는 마음에서 검은 리본을 만들어 사무실 직원들에게 달게 했다"며 "이 같은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구시는 19일부터 5일간을 '애도기간'으로 선포하고 마지막날인 23일은 시민 추도의 날로 정해 이날 오전 10시 대구전역에 사이렌과 함께 희생자의 넋을 기리는 묵념을 올리기로 했다.
/대구=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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