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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차 이산상봉 금강산서 시작/"살아있어줘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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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차 이산상봉 금강산서 시작/"살아있어줘 고맙다"

입력
2003.0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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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20일 금강산에서 시작됐다. 남쪽 가족 461명은 이날 동해선 임시도로로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금강산 온정각에 도착, 오후 4시부터 2시간 동안 북쪽 가족과 단체상봉을 가진데 이어 오후 7시부터 환영만찬에 참석했다. 북쪽 상봉단 100명 가운데 윤기(71·여)씨가 남쪽 어머니 최명환(94)씨의 중환 소식에 상봉을 포기해 99명만 참석했고, 465명으로 예상됐던 남쪽 가족 중에서도 4명이 건강 등의 이유로 상봉을 포기했다.이날 오후 금강산 온정각은 지난해 9월에 이어 다섯 달만에 이뤄진 남북 혈육들의 상봉으로 눈물바다를 이뤘다.

남쪽 상봉단의 최고령자인 장수천(97) 할머니는 53년만에 만나는 딸 량영애(71)씨의 주름진 얼굴을 찬찬히 쓰다듬으며 "살아 있어줘 고맙다, 정말 고맙다"는 말을 되풀이하다 끝내 눈시울을 붉혔다. 서울 이화여고 재학중 전쟁이 나자 적십자병원에서 임시간호원으로 일하다 월북했던 영애씨도 어머니의 손을 꼭 잡은 채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유복자로 자란 아들 종상(53)씨를 부둥켜안은 채 눈시울을 붉히던 북쪽의 최인규(77)씨도 10년 전에 사망한 아내 소식을 듣고는 "미안하다"며 울먹였다.

반백년의 세월 동안 수절해 온 남쪽 아내는 남편과의 꿈 같은 해후가 믿기지 않는 듯 말을 잇지 못했다. 1950년에 헤어진 북의 남편 김경수(77)씨를 만난 동갑내기 아내 이임노(77)씨는 다시 만나기를 학수고대하던 남편이었지만 한마디 말도 못한 채 그저 남편의 손을 잡고 흐르는 눈물만 훔쳤다. 지난해 무릎관절 수술을 받은 뒤 휠체어를 타고 상봉장에 도착한 이씨는 한참이 지난 뒤에도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다"며 꼭 잡은 손을 놓지 못했다.

전쟁 당시 경북 영주의 고향집에서 남편 김상원(71)씨와 헤어졌던 남쪽의 아내 박미자(74)씨는 "왜 이제야 나타났느냐"며 원망 섞인 울음을 터뜨렸다. 김씨는 헤어질 당시 한살배기였던 외동아들이 5년 전 세상을 떠났다는 얘기에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이날 상봉가족 중에는 형을 대신해 인민군이 되었다가 반세기만에 가족을 만난 북쪽의 동생들이 많았다. 남쪽의 박학조(71)씨는 자신을 대신해 인민군이 되었다가 가족과 생이별을 해야 했던 북의 동생 천조(68)씨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얼마나 고생이 많았느냐"며 울먹였고, 민병두(70)씨도 북의 동생 병득(68)씨의 손을 꼭 잡은 채 눈물을 흘렸다.

2박3일이라는 짧은 만남 때문인지 캠코더를 이용한 '디지털 상봉'은 물론 가족앨범과 비디오테이프, 서신 등을 통한 간접상봉도 눈에 띄었다. 권삼남(77·여)씨는 북쪽의 동생 오건(74)씨에게 96년에 촬영한 어머니의 생전 모습을 비디오테이프로 보여주며 "돌아가시기 전에 아들을 보는 것이 평생 소원이셨는데…"라며 울먹였다.

/금강산=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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