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일본 정부 초청으로 일본에 갔을 당시 그들은 전통음악 교육의 취약성 문제로 한창 고심하고 있었다. 문부성(현 문부과학성)은 이듬해인 2002년도 중학교 신입생부터 전통음악 1인 1기 교육을 실시할 계획이었는데, 관련 교육기반이 미약해 많은 애를 먹고 있었다. 전통문화 교육이 여러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혀있는 것은 일본이나 우리나 마찬가지였지만, 상대적으로 전통음악 교육에 있어서는 우리가 좀 더 나은 형편이라고 할 수도 있었다.하지만 우리 국악교육 역시 중요성에 대한 인식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내실을 기하지 못하고 있고, 교육 현장에서도 뒷전으로 밀려나기 일쑤다. 사실 해외에 대한민국의 위상과 문화적 우수성을 알리고 정체성을 인정 받을 수 있는 것은 서양음악이 아니라 우리 음악이다. 언어의 경우 우리 말과 글을 먼저 배우고 외국어를 배우는 것이 순서다. 그런데, 정서와 창의력 계발 측면에서 음악이 언어에 비해 중요성이 결코 뒤지지 않음에도 희한하게도 처음 접하는 동요부터 매일 향유하는 대중음악까지 모조리 서양에서 수입된 양식이다. 국어교과서와 영어교과서가 하나로 묶여 영어가 80%이고 국어가 20% 가량 되는 교육을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없듯이, 음악교과서 안에 국악과 서양음악이 섞여있는 가운데 더욱이 서양음악이 절대 다수인 현재의 음악교육은 이미 상식의 틀에서 벗어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우리 음악교육은 그 동안 중심을 잃었고, 최근 개선되고 있긴 하지만 아직 미진한 상태이다.
현재 적용되고 있는 7차 교육과정 음악교과서를 보면 초등학교는 40%, 중등과정은 20∼30%정도 국악이 실려있다. 물론 예전에 비하면 상당히 개선된 것이다. 실제로 우리 국민의 절대다수는 제대로 된 국악교육을 받지 못했다. 이는 곧바로 우리 음악에 대한 인식 결여와 함께, 민족문화의 우수성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낳았다.
다행히 8차 교육과정에서는 음악교과서에 국악 비중이 50%로 늘어난다고 하는데, 보다 근본적이고 시급한 과제는 국악을 제대로 가르칠 교원 확충의 문제다. 현 상태로는 음악교과서에 국악비중이 아무리 커져도 일선 교사들의 지식과 실기능력이 부족해 알찬 교육이 불가능하다. 국립국악원은 연간 20회 2,000명의 교사를 대상으로 국악연수를 하고 있지만 전체 음악 교사를 소화하기에 역부족이다.
국악교육의 문제점을 해결하려면 우선 초등교원을 양성하는 전국 11개 교육대학에 국악교육 전임교수 확보를 의무화하고, 중등교원 임용고시에도 국악이론과 실기를 대폭 강화해야 할 것이다. 또한 교원의 국악연수 역시, 영어나 과학 등 다른 교과 연수처럼 참여 기회를 확대해줘야 한다. 국악이 서양음악이 핵심을 차지하고 있는 '음악의 변두리'가 아닌 민족 자긍심의 토대라는 인식은 바로 제대로 된 국악교육에서 출발한다. 민족문화의 정수인 국악교육의 질적 강화가 이루어질 때, 비로소 우리문화의 세계화도 구현될 것이다.
윤 미 용 국립국악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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