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전사들이 다 나가면 국내리그는 누가 지키죠?"우리 선수들의 해외 진출이 봇물을 이루면서 주변에서 흔히 듣는 질문이다. 사실 많이 나갔다. 홍명보와 박지성 송종국 이영표 설기현 김남일 이을용 등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들이 저마다 큰 꿈을 안고 유럽과 미국 무대를 밟았다. 이천수와 최태욱도 이적설이 끊이지 않는 등 유럽 진출이 시간 문제인 것 같다. 태극전사는 아니지만 고종수도 일본 J리그 입단이 성사된 상태다.
이름을 하나하나 열거하다 보니 한국 축구를 지탱해 온 정말 쟁쟁한 스타들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나는 "아직 굶주려 있다"는 거스 히딩크 감독의 말과 의미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아직도 부족하다. 더 많을 수록 좋다'는 생각이다. 이들은 다시 선수로 국내 무대에 복귀하든 지도자 수업을 쌓든 한국 축구의 미래를 더욱 빛낼 값진 자산이기 때문이다.
나는 서두의 질문에 항상 "길게 긍정적으로 따져 볼 필요가 있다"고 대답한다. 우선 후배들에게 미치는 영향이다. 후배들은 '제2의 홍명보' 또는 '제3의 박지성'이 되겠다는 희망과 포부를 다지며 그라운드에서 최선을 다할 게 틀림없다. 영웅과 우상을 닮겠다는, 아니 뛰어넘겠다는 꿈이 야무질수록 소득도 큰 법이다.
한국 축구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지는 건 말할 필요도 없다. 청소년대표팀 트리오인 최성국과 정조국 김동현은 벌써부터 유럽 리그의 입질 대상이 되고 있다. 유럽에서의 축구 인기를 감안할 때 코리아의 성가도 한층 높아진다.
"그래도 당장 국내리그의 인기를 무시할 수 없지 않느냐"는 두 번째 질문이 나올 법하다. 여기에 대한 답도 간단하다. 어느 분야든 마찬가지지만 '구 세력'을 대체할 '새로운 물결'은 항상 나오기 마련이다. 사실 태극전사의 기량은 빼어나지만 그들과 실력이 종이 한 장 차이인 선수들도 수두룩하다. '스타 탄생'을 위해 다듬고 보살펴주는 노력이 계속되는 한 새로운 스타는 얼마든 나올 수 있다.
물론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무엇보다 프로구단의 의지가 중요하다. 네덜란드 아약스 구단처럼 유소년 스쿨을 통해 될성 부른 떡잎들을 끊임없이 발굴, 육성해야 한다. '꼬치에서 곶감 빼내 먹듯' 과거 또는 현재에만 매달린다면 미래는 결코 밝을 수 없다.
/전 축구대표팀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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