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 총리내정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는 청문회의 품격이 높아질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내정자의 아픈 곳만을 골라 후벼 파는 인신공격성 발언이 현저하게 줄었고, 윽박지르기식 질문과 저항하는듯한 답변도 없어졌다. 저격수를 자임하고 나선 야당의원도 없었고, 내정자를 지나치게 옹호하는 여당의원도 별로 보이지 않았다.이한동 장상 장대환 김석수 내정자에 이어 5번째인 총리 인사청문회는 잘만 하면 본래의 취지를 살릴 수 있음을 말해 준다. 인사청문회 본래의 취지는 내정자가 총리직을 수행하는데 있어 도덕적 하자가 있는지 여부와 옳바른 공직 철학과 전문적 기능성을 구비했는지를 점검하자는 것이다.
고 내정자에 대한 청문회와는 달리 지난해 있었던 장상 장대환 내정자의 경우는 청문회 자체가 정쟁에 휩싸여 눈살을 찌푸리게 했었다. 그리고 김석수 내정자 때는 청문회의 잣대가 지나치게 자의적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살벌하기조차 했던 장상 장대환 내정자에 대한 질문에 비해 김 내정자에 대해서는 분위기가 확연하게 달랐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시절의 발언록과 내무장관으로 재직했을 때 발표한 시국담화 등을 근거로 제시해 가며, 내정자의 시국관과 역사관을 묻는 등의 질문 기법은 분명 진일보한 것이다. 또 북한 핵 문제와 한미관계 및 경제정책 등에 대해 노무현 당선자의 발언을 들어가며 견해를 묻고, 잘못됐을 경우 소신 있게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도 좋은 접근이다.
국회는 새 정부가 출범한 뒤 개정된 법에 따라 국정원장 검찰총장 국세청장 경찰청장 등 소위 '빅 4'에 대해서도 인사청문회를 한다. 이번 청문회가 낙후된 우리의 인사청문회 문화를 업그레이드시키는 데 기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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