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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만능" 특검이라는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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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만능" 특검이라는 오해

입력
2003.0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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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비밀송금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한쪽에서는 남북관계의 특수성과 국익을 고려하여 정치적으로 해결하자고 주장하고, 다른 쪽에서는 특검을 통해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특히 국회의 다수 의석을 확보하고 있는 한나라당이 19일 특검법안을 법사위에서 통과시킨 후 본회의에서 처리를 강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어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장기간 파문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최근 언론매체들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많은 국민들이 대북 송금 문제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특검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대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는 대다수 국민들의 '특별검사' 에 대한 지나친 기대 또는 오해에서 비롯된 결과가 아닌가 싶다.

그 동안 우리 나라에서도 두 차례에 걸쳐 특별검사법이 제정· 시행된 바 있다. '검찰 옷로비 사건' 및 '조폐공사 파업유도 사건'에 대한 특별검사법과 '이용호 주가조작 사건'에 관한 특별검사법이 바로 그것이다. 법률에 의해 3명의 변호사가 특별검사로 임명되어 수사를 담당하고 관련자들을 기소하였으나, 국민들이 제기한 의혹을 말끔히 해소하는 데에는 미치지 못하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별검사의 권한, 수사대상, 수사기간 등이 모두 정치적 타협의 산물이기 때문에 특별검사가 충분한 수사를 하는데 미흡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특별검사 제도의 본래 취지는 대통령제 하에서 고위공직자의 권력형 부정부패와 비리 사건이 발생하였을 때 행정부에 속한 검찰이 수사하게 되면 불공정한 수사를 할 가능성이 높고, 설령 공정한 수사를 했다고 하더라도 국민들이 수사결과를 신뢰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특별검사로 하여금 수사와 기소를 담당하게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대북 송금 문제는 권력형 부정부패 사건과 같은 차원의 범죄라고 할 수 없다. 설령 김대중 대통령이 대북 송금 덕택에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였다고 하더라도, 남북정상회담이 가져다 준 한반도의 긴장완화를 고려해 본다면 잃은 것보다는 얻은 것이 훨씬 더 많지 않은가.

또한 송금과정에서 불법 행위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기소하여 처벌하는 데에는 많은 문제점이 있을 것이다. 북한에 비밀리에 송금을 한 행위는 반국가단체에 금품을 제공한 범죄로 볼 수도 있지만, 또 한편으론 남북간의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행위로서 사법처리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어떤 시각에서 바라보는가에 따라 처벌 대상인지 여부가 달라지고, 어떤 법률을 적용해 처벌해야 하는지도 명확하지 않다.

최대한 비밀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특검법안을 만들겠다고 하지만, 수사와 재판과정에서 보호되어야 할 가치 있는 국가기밀이 만천하에 공개됨으로써 남북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이러한 위험을 무릅쓰고 특검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이 과연 무엇인가 냉정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특검제에 대한 논의는 '진상규명=특검'이라는 지나치게 단순화한 공식에서 비롯된다. 국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진실을 밝히는 것이다. 진실을 밝히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특검제는 그 중 하나의 방법일 뿐이다.

그렇다면 국회는 그 동안 이루어 놓은 남북관계의 성과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진실을 밝힐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무엇인지 찾아보아야 할 것이다. 국회에서 충분한 논의를 하지도 않은 채 모든 것을 특검에게 맡기자는 주장은 국회가 가진 정부에 대한 통제기능을 포기하거나, 국회 스스로 이러한 기능을 할 능력이 없다는 것을 자인하는 셈이다. 국민이 선출한 국회의원들이 규명하지 못하는 진실을 특별검사 한 사람이 밝힐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잘못이다.

이 유 정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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