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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지하철 참사/ 승객 119신고로 본 화재진행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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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지하철 참사/ 승객 119신고로 본 화재진행 상황

입력
2003.0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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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역, 중앙로 역, 지금 불났습니다. 빨리 출동해 주십시오." 18일 오전 9시54분40초. 대구시소방본부 상황실에 중년 남성이 구조 요청을 해왔다. 그리고 5분 남짓 지난 시각. 전화로 "살려달라"던 20대 여성의 간절한 외침은 "악"하는 외마디 비명과 함께 사라지고 말았다. 희생자들은 119 구조요청 전화로 절규했다. 그리고 그 절규는 이승에 남긴 희생자들의 한(恨)이 되고 말았다. 중앙로 역 전동차에서 화재가 발생한 오전 9시53분 이후 약 30여분 동안 소방본부 상황실에는 약 60건의 지하철 화재 관련 신고전화가 걸려왔다. 이중 전동차내에 있던 승객들이 구조 요청을 해온 것은 약 10건으로, 오전 9시55분께부터 5분 동안 집중됐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칠흑 같은 어둠과 매캐한 유독가스에 휩싸인 전동차에서 절망적인 순간을 맞이하고 있던 승객들은 휴대폰으로 119 구조 요청을 하며 마지막까지 삶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았다. 그러나 유독가스에 숨이 막힌 이들은 '살려달라'는 말조차 끝까지 잇지 못한 채 숨져 갔다.최초의 119 신고는 오전 9시54분40초. 40대로 추정되는 남성이 "지하철 역, 중앙로 역, 지금 불났습니다. 빨리 출동해주십시오. 출동 부탁합니다"고 말했다. 이때만 해도 승객들 목소리는 긴장돼 있긴 했지만 비교적 차분하면서도 또렷했다. 하지만 이로부터 3, 4분이 지나면서부터 상황은 돌변했다. 전동차내에 불이 갑자기 번진 듯 승객들이 공포에 떨며 침착함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9시58분46초께 40대 초반의 여성 승객이 "불났습니다. 아이구 우짜노"하며 통화를 끝내면서 동시에 "빨리 부탁합니더. 지금 연기가 많이 납니더. 지하철에 불났습니더. 빨리요"하며 비명을 지르는 듯한 구조요청을 해왔다. 10초 뒤인 9시58분56초엔 30대 여성이 "불났습니더"하고 말한 뒤 잠시 침묵하다 "앞이 안보입니다"고 말을 이었지만 이후 2∼3초간 주변 승객들의 기침 소리, 비명, 웅성대는 소리만 더 들리다 전화는 끊기고 말았다.

전동차내에 있던 승객들로부터 마지막 119 구조요청 전화가 걸려온 것은 9시59분43초. 한 20대 여성은 다급한 목소리로 "여보세요. 지하철…"하며 말을 끝맺지도 못했고, 동시에 30대 남성은 "중앙로 불, 중앙로 불"이라고만 외치다 전화통화가 끊겼다. 또다른 20대 여성은 전화를 걸어놓고도 아무 말도 하지 못하다 "악"하는 비명만 지른 뒤 흐느꼈다.

최초 신고전화를 받았을 때 소방본부 근무자들은 사태의 심각성을 눈치채지 못한 듯 사무적인 목소리로 "출동합니다"고 답했다. 그러나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을 때는 이미 승객들은 하나 둘씩 싸늘한 주검이 돼가고 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119 구조 요청을 해온 승객들은 내부 상황을 묻는 소방본부 직원들에게 대답은 커녕 비명만 지르다 전화를 끊었다.

소방본부는 119 신고를 토대로 처음 불이 난지 약 4분이 지난 9시58분∼59분께 역 구내에 불이 급속도로 번졌고, 마지막 신고가 들어온 직후 승객들 대부분이 질식해 정신을 잃거나 숨졌을 것으로 추정했다. 소방 전문가들은 "화재가 발생한 지 4,5분 동안 휴대폰 통화 등을 통해서라도 승객들이 전동차를 빠져나오도록 유도했다면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안타까워 했다.

/대구=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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