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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크 "동구는 유치하고 위태" 유럽 또 파열음/ 블레어 "그들 리더십에 찬사" 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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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크 "동구는 유치하고 위태" 유럽 또 파열음/ 블레어 "그들 리더십에 찬사" 서한

입력
2003.0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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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으로부터 '늙은 유럽'이라는 조롱을 받았던 프랑스가 미국의 이라크 정책을 지지한 동구 13개 국을 "유치하고 위태롭다"고 비난하면서 EU 정상들의 공동선언으로 일시 봉합되는 듯하던 유럽의 갈등이 재연 조짐을 보이고 있다.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18일 EU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이라크 정책을 지지한 13개 EU 가입 후보국에 대해 "유치하고 위태로운" 행동이라며 "조용히 있는 게 나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특히 내년 5월 EU에 가입할 예정인 폴란드 헝가리 체코 등 10개 국에 대해 "그들의 가입 결정이 아직 (의회의) 비준을 받지 않았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시라크 대통령은 또 2007년 EU 가입을 추진하고 있는 루마니아와 불가리아를 지목해 "그들의 입장이 매우 미묘한 시점에 (미국 지지 서한에) 서명한 것은 무책임하다"며 "EU에 합류할 기회를 저버리는 지름길"이라고 퍼부었다.

그러나 시라크의 발언이 있은 지 불과 수 시간 만에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이들 13개 국에 서한을 보내 "당신들이 보여준 리더십에 찬사를 보내며 앞으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기를 바란다"고 감쌌다. 블레어 총리는 월례 기자회견에서 "그들은 영국이나 프랑스와 마찬가지로 자신들의 견해를 밝힐 권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당사자인 동구 국가들은 즉각 반발했다. 체코 외무장관은 "우리는 가만히 앉아 있으려고 EU에 가입하려는 게 아니다"라며 시라크의 발언을 일축했다. 폴란드 외무장관도 "그러한 감정적 발언은 유럽 국가들의 공동이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의 표현대로 미국과 유럽의 유대를 강조하는 '젊은 유럽'과 '늙은 유럽'(프랑스, 독일)의 갈등이 재연되고 있다"며 "의심과 노여움이 깔려 있는 상태에서 EU가 확대됨으로써 앞으로 적대적인 진영으로 분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상철기자 sc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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