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과 민족이 모두 웃는 날까지 저 김제동이 달리겠습니다"윤도현의 러브레터(KBS2) 사전 MC를 시작으로 폭소클럽(KBS2)의 '대중 앞에 서는 법' 코너, 2시의 데이트(MBC FM) 콜럼버스 대발견(SBS TV) 등에서 당당하게 경상도 사투리를 풀어 놓으며 고향 형 같은 친숙함으로 방청객을 휘어잡는 김제동(29). "요즘 떴다" "김승현처럼 유명 MC로 크는 거 아니냐"는 말을 들을 때마다 "'뚝 까 놓은 밤톨 같이' 세련된 미남들 속에 웬 촌스러운 사람이 나와서 사투리로 떠들어 대니 그저 신기한 것 아니겠느냐"며 너스레를 떤다. "진짜 떠서 농약 CF 제의나 들어와 빚이나 좀 갚았으면 좋겠다."
고향인 대구에서 그는 웬만한 지역행사의 MC를 도맡아 온 유명 인사였다. 삼성 라이온즈(야구)와 동양 오리온즈(농구)의 경기장 전속 MC로 활약했고, 대학 축제마다 불려 다녔다. 인기 MC로 또 지역방송 리포터로 TV에도 자주 얼굴을 내민 덕분에 "지금도 가장 든든한 팬은 대구 아줌마들"이란다. 공중파에 얼굴을 내밀게 된 것은 윤도현 밴드의 대구 공연에서 MC를 맡았던 것이 계기였다. 기타 줄이 끊어져 공연이 잠시 중단된 순간 무대에 올라 관객을 웃겨줬던 게 고마웠던지 윤도현은 그에게 '윤도현의 러브레터' 사전 MC를 부탁했다.
인생 신조는 '홍희인간(弘喜人間)', 즉 널리 인간을 기쁘게 하자. 그러나 그의 실제 성격이 마냥 좋을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남자는 술을 먹되 취하지 않고, 취하되 비틀거리지 아니하고, 쓰러지되 무릎 꿇지 아니한다'는 말을 금과옥조처럼 받들고 있는 '사나이'다. 일에 대한 자부심도 대단하다. "저를 '바람잡이' 취급하면 일 안 합니다. 사전 MC라는 말이 있잖아요. 대학 축제에 갔다가 저를 '겜돌이'라고 소개한 대학생의 버릇을 고쳐주고 돌아온 적도 있어요. '거 참 성질 더럽네'라고 욕을 먹을지는 모르지만 제가 하는 일을 하찮게 보면 가만 안 둡니다."
삼성 라이온즈 전속 MC 때 친해진 야구선수 이승엽과는 의형제 사이. "승엽이랑은 코드가 잘 맞아요. 같이 당구장 가고, 탁구 치고, 장기 두고…. 말 한 마디 안 해도 같이 있으면 재미있죠. 그리고 중요한 건 좋아하는 여자 스타일이 같다는 건데…. 나는 승엽이만큼 능력이 없으니 예쁜 여자랑 결혼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
장래 희망은 잘 나가는 방송인보다는 전문적인 이벤트 MC. 방송을 언제까지 계속할지도 미정이다. 서울에는 일정한 숙소도 없어 신촌의 한 여관방에 짐을 풀었지만 장차 대구에서 임대료가 가장 비싸다는 대구지방법원 앞 변호사 사무실 건물에 번쩍번쩍하게 '김제동 이벤트 MC 사무실'을 낼 요량이다. "아직은 카메라 앞보다 커다란 야구장이나 수천명의 관객이 모여 있는 행사장에 서는 게 더 기분이 좋아요. 관중들의 큰 웃음소리를 들으면 감기도 저절로 달아난다니까요."
/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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