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전 대구 달서구 유천동 대구지하철 월배차량기지 정비고. 불과 몇 시간 전 수백여명 승객들에게 지옥의 가스실이었을 전동차 2대가 손만 대면 부서져 나갈 듯 앙상한 뼈대로만 남았다.깨어진 유리창 사이로 드러나는 전동차 내부는 검게 그을린 채 을씨년스럽다. 사랑하는 가족의 이름과 "살려달라"는 절규를 안타깝게 실어 날랐을 주인 잃은 휴대폰도 곳곳에서 불에 그을린 채 발견됐다. 그리고 피해 승객들이 아비규환 속에 두드렸을 출입문은 굳게 닫힌 채 말이 없다.
불이 난 역 구내로 진입해 많은 사상자를 냈던 1080호 전동차는 기관사실 옆 객차 출입문 한 곳 정도만이 열린 채 불에 심하게 그을려 있었으며 닫힌 출입문 틈새로 힘없이 녹아내린 금속물질이 눌러 붙어 있었다.
시민들의 불탄 유해인 듯 출입문을 중심으로 다소 봉긋하게 모여 있는 잿더미 여기저기에서 회색빛이 감돌았다. 엿가락처럼 늘어진 선반은 화재 당시 화마가 뿜어낸 열기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게 했고 다 타버린 의자는 골격을 앙상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쇳덩이가 저렇게 시꺼먼데 내 딸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유족들의 흐느낌과 오열은 한 서린 전동차 주위를 떠나지 않았다.
유족들은 "제발 차량 내부를 볼 수 있도록 해달라. 가족들이 경찰보다 누구 시신인지를 더 잘 알아볼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애원하기도, 고함을 지르기도 했지만 소용없었다. "형체를 알아볼 수도 없고, 너무 참혹하다"며 경찰은 불이 옮겨 붙은 1080호의 앞 2량만 공개했다.
영어학원에 가던 맏딸 미희(21)씨를 잃은 정인호(52·방촌동)씨는 "가방 뒤에 열쇠고리를 갖고 다녔는데, 시체가 다 탔다면 그것이라도 찾아보자"면서 "사람 높이로 열차를 낮춰달라"고 목청을 높였다. 병원에 들렀다 오는 길에 어머니가 봉변을 당했다는 예창준(41·대명동)씨는 "문이 꼭 닫혀있는 것을 보니 탈출할 생각도 못하고 그 자리에서 질식했던 것 같다"며 눈물을 쏟았다.
/대구=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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