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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기고 / 反戰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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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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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서양을 사이에 둔 미국과 프랑스 언론들이 이라크 문제에 대해 상반된 주장을 하는 것을 보면서 의문을 갖게 된다. 눈앞에 다가온 이 전쟁이 과연 프랑스와 미국의 싸움인가 하는 점이다. 나는 프랑스 국민들의 마음을 담아 분명한 역사적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 프랑스와 미국의 우호 관계는 미국이 18세기에 독립운동을 할 때부터 시작돼 수세기 동안 지속돼 왔다.미국이 20세기에 2차 대전 참전 등을 통해 프랑스를 두 번이나 위기에서 구해주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요즘 양국은 아프가니스탄을 비롯해 세계 여러 지역에서 협력하고 있다.

프랑스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대규모 군대를 파견하고 있다. 양국의 우정은 소중한 것이며 이 같은 관계는 앞으로 계속 유지되고 강화돼야 한다.

그러나 여론조사 결과는 분명하다. 프랑스 국민의 78%가 이라크에 대한 군사적 개입을 반대하고 있다. 심지어 동유럽을 포함해 대부분의 유럽 사람들이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다. 유럽 각국 정부는 이라크에 군사적 대응을 할 것인지 여부로 분열돼 있지만 여론은 하나로 모아져 있다.

프랑스 등이 이라크전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갖는 이유는 세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우선 아직까지의 평가로는 테러조직 알 카에다가 세계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최대의 위협으로 인식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정보 당국에 따르면 프랑스는 40여년 전 알제리 전쟁(1962년)이 터졌을 때만큼 즉각적인 위협에 처해 있지 않다.

지난해 5월 파키스탄 카라치에서 발생한 자살 폭탄 테러로 프랑스인 11명이 숨졌다. 또 지난해 10월 예멘 동부 해안에서 발생한 프랑스 유조선 폭발 사건도 알 카에다의 소행이다. 이어 12월 프랑스 정부는 알 카에다와 연계된 것으로 의심되는 사람들을 체포했다.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 등 다른 유럽 국가들에서도 아프가니스탄 체첸 알제리 보스니아 등에서 활동하는 테러 단체들과 연계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이 체포됐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는 이라크 정부와 알 카에다가 연결됐다는 명백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

프랑스 사람들이 전쟁에 반대하는 두 번째 이유는 이라크가 즉각적인 위협으로 다가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및 국제 공동체의 결단과 이라크가 추가적으로 무장할 수 없도록 하는 유엔 무기사찰단의 사찰 강화는 사담 후세인(이라크 대통령)을 상자 속에 가둬 꼼짝 못하게 만들고 있다.

유럽인들은 오히려 북한의 핵 문제를 더 심각한 위협으로 여기고 있다. 북한에서도 이라크처럼 100여 명의 사찰단이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모든 시설을 철저하게 사찰할 수 있다면 우리가 얼마나 안심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세 번째 이유는 이라크 전쟁의 심각한 결과와 관련된 것이다. 다양한 종족이 모여 사는 이라크는 폭력의 전통을 갖고 있는 복잡한 나라로 민주주의의 경험을 갖고 있지 않다. 이라크에서는 폭탄으로 민주주의를 창조할 수 없다. 민주주의 정착을 위해서는 시간과 강력한 개입이 필요할 것이다.

당장 중동에서 어떤 평화적 절차도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그 지역에 대해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또 어떤 강대국도 중동의 평화를 증진할 수 없으며, 이라크 전쟁은 아랍과 이슬람 세계에 더 큰 좌절과 쓰라림을 가져올 것이다.

프랑스 국민과 유럽인들은 군사적 개입이 이슬람 극단주의에 불을 붙이고 오히려 알 카에다 조직을 확대시키는 역할을 할 가능성을 두려워하고 있다. 전쟁은 테러에 대항하는 국제 동맹을 약화시키는 반면 이슬람 테러의 위협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 이라크에 대한 무기 사찰은 계속되고, 강화돼야 하며 후세인은 사찰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전쟁은 최후의 선택이어야 한다.

장-다비 레비트 미국 주재 프랑스 대사/NYT 신디케이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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