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하철 방화사건은 대구지하철공사 종합사령실과 기관사들의 안이한 대처와 허술한 방재시스템이 빚은 참사로 드러나고 있다. 특히 경찰은 1080호 전동차가 수 차례 참변을 면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나 사령실과 기관사간에 적절한 대응이 이뤄지지 않아 희생자가 많았던 것으로 보고 기관사와 당시 사령실 근무자들의 직무태만여부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대구경찰청은 이날 70여구의 시신이 한꺼번에 발견된 1080호 전동차 기관사 최상열(39)씨가 "대구역 발차 후 무전으로 주의운전경보만 받았을뿐 구체적인 행동요령을 지시받지 못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이는 화재 현장에 전동차가 계속 진입해 대형참사를 빚게 한 큰 원인이 됐다.
경찰은 특히 최씨로부터 "중앙로역 진입당시 상황판단이 어려워 행동요령을 지시받기 위해 사령실에 수 차례 무전을 쳤으나 응답이 없었다"는 진술을 받아내고 당시 사령실 근무자들이 자리를 비웠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최씨가 사고발생 후 11시간이 지난 오후 9시께야 지하철 공사직원 2명과 함께 자진출두 한 점으로 미뤄 최씨가 지하철공사측과 '입맞추기'를 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한편 방화 용의자 김대한(金大漢·56)씨는 경찰조사에서 "18일 오전 8시 집에서 700여m 떨어진 주유소에서 휘발유 7,000원어치를 구입, 혼자 죽기보다 많은 사람과 함께 죽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에 지하철에서 방화했다"고 말했다.
19일까지 대책본부가 확인한 사망자는 수습된 시신 53명과 미확인 시신 72구 등 125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부상자는 146명으로 이 중 50여명은 중태여서 사망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실종신고는 329건이 접수됐다고 경찰은 밝혔다.
/대구=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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