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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지하철 방화범이 주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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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지하철 방화범이 주는 교훈

입력
2003.0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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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몇 번 죽어 마땅한 일을 저질렀다. 대구지하철 방화범을 동정하는 사람은 없다. 개인적인 문제와 불만을 극악한 대사회적 보복으로 해소하려 한 행동은 결코 용서받을 수 없다. 그가 무고한 시민들을 살상하고 가족들까지 얼굴을 못 들고 다니게 만들고도 별로 죄의식이 없어 보이니 기가 막힌다. 50대 후반의 가장을 이 지경이 되게 만든 요인은 여러 가지이다. 그러나 평소 "날 죽여 달라"고 호소했다는 그를 가족이나 이웃이 좀더 잘 보살폈더라면 이런 참극은 빚어지지 않았을 것이다.이번 사건이 중요한 것은 불특정 다중을 대상으로 한 대형 범죄가 잦아질 것이라는 불길한 신호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불행을 남의 탓으로 돌리는 우발적이고 충동적인 증오범죄가 늘어나고 있다. 모방범죄도 우려된다. 어제 아침에도 술을 마신 3급 장애인이 지하철을 폭파하겠다고 협박전화를 걸었다가 검거됐다. 대구지하철 방화로 전국이 충격에 휩싸인 18일 밤 수원에서는 수백명의 손님이 있는 나이트클럽에 불을 지르려던 남자가 붙잡혔다. 그들의 공통점은 사회에 불만이 많았다는 것, 살기 싫다는 것이었다.

불만있는 사람들은 이처럼 많으며 냉대와 차별, 불공평이 범죄를 유발하고 있다. 한동안 미국인들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저격범죄와 유사한 주행차량 피격사건이 9일 전 부산에서 발생했다. 그 이후 비슷한 피해가 잇따라 부산시민들은 공포 속에 살고 있다. 겨울철이면 발생하는 주택가 연쇄방화사건도 큰 피해가 나지 않았을 뿐 그 내용에서는 대구지하철 방화와 같다.

점점 다양해지는 다중상대 범죄는 범인을 조속히 검거해야만 후속피해를 막을 수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사회적 약자와 정신질환자 등에 대한 지속적 배려를 통해 사회안전 관리에 주력함으로써 원천적으로 피해를 예방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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