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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단체協 토론회 "21세기 학술운동 전망"/"진보학술운동 자기반성으로 거듭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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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단체協 토론회 "21세기 학술운동 전망"/"진보학술운동 자기반성으로 거듭나야"

입력
2003.0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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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으로 돌아가자."1980년대 말 보수 학계에 맞서 비판·진보적 학문·지식 활동을 표방해 온 학술단체협의회(상임대표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가 정체성 위기를 진단하고 앞으로의 활동 방향을 가늠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학단협은 19일 오후 역사문제연구소에서 대의원 대회를 겸한 '21세기 지식학술 운동의 전망과 대안'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어 '운동권' 지식인들의 본격적인 정권 주류 진입과 그에 따른 진보학계의 정체성 혼란, 새로운 지향점과 과제 등을 집중 논의했다. 이날 토론회는 학단협 회원들이 노무현 당선자의 새 정권 출범에 깊숙이 개입, 영향력이 급증한 시점이어서 큰 관심을 끌었다.

토론은 철저한 자기 반성과 혁신 필요성을 지적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대학 전임강사와 대학원 석·박사 과정 연구자 등 후속세대가 발간하는 무크지 '모색'의 편집위원인 오창은씨는 "학단협이 보수세력에 편입되면서 제 역할을 못하고 있어 정체성의 위기에 빠졌다"고 신랄히 비판했다. 오씨는 '학문제도 형성과 진보적 학문 사이의 갈등'이라는 발제에서 "학단협이 학술진흥재단의 학술지 평가와 그에 따른 지원으로 상징되는 제도화의 틀 속에 갇혔다"고 주장했다. 교수 업적평가제 확대로 학술지 논문게재가 교수들의 최대 관심사가 되면서 학단협 소속 교수들이 거기에 얽매여 실험 정신을 잃고 대중의 관심사를 외면해 왔다는 것. 학단협이 앞으로 특정 세대만의 진보가 되지 않기 위해서 후배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 적극 나서야 하며 학자 양성 과정 및 학계진출 경로 개선 등에 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했다. 구체적으로는 시간강사 제도 개혁과 교수 연봉 계약제 등을 통해 고용시장을 유연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의했다.

학단협 운영위원장인 신정완 성공회대 교수는 '학단협의 현황 및 2003년도 사업계획'에서 최근 몇 년 사이 학단협 활동이 침체한 원인으로 "민주화 진전으로 피아(彼我) 개념이 약화하고 학단협 회원들의 제도권 학계 진입으로 구심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그러나 "개혁적·진보적 학자들이 새 정부 정책 결정과정에 대개 참여, 이념적 지향을 구체적 정책으로 구현할 수 있는 유리한 지형이 됐다"면서 "노무현 정부 초기의 개혁 드라이브 분위기를 활용해 각종 사회적 현안에 대해 발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전(停戰) 50주년 기념 반전평화 캠페인과 남북학술교류 행사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창설 멤버인 조희연 교수는 '변화 속의 지식인 운동과 학술운동'이라는 발제문을 통해 1987년 이후 한국사회가 자본제적 정상국가로 전환한 만큼 비판적 학술진영은 이제 정상성 자체의 모순과 문제점에 주목하고 그에 대항하는 운동으로 변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진보적 지식인들은 정치권에 당당히 참여해 그 동안 주장했던 것을 비타협적으로 실천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87년을 기점으로 이전·이후로 나뉘어지는 진보 세력이 결합하지 않으면 일본 좌파학계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세계화와 대결하는 해방적 국제주의 관점을 강화하는 한편, 보수와의 본격적 경쟁과 싸움에 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진환기자 choi@hk.co.kr

■ 학술단체협의회

1988년 11월 문학예술연구회, 역사문제연구소, 한국정치연구회, 한국사회언론연구회 등 국내 10개 연구단체가 상호교류와 공동연구 등을 통한 학문발전과 사회 민주화 기여를 기치로 설립한 진보적 학술단체.

당시 보수 학계가 60·70년대를 거치며 정권 안정과 정책 합리화에 동원된 데 반발, 76∼81학번을 주축으로 한 젊은 연구자들이 민족·민중 성향의 학문 활동을 선언한 후 진보적 학술 운동의 구심점 역할을 해 왔다. 현재는 21개 회원단체에서 2,50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최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등을 통해 노무현 당선자측에 참여한 학자들이 많아 새롭게 눈길을 끌었다. 인수위에는 경제2분과 간사인 김대환(경제2분과 간사) 인하대 교수, 국민참여센터 본부장인 이종오 계명대 교수, 정상호 한양대 제3섹터 연구소 연구원 등이 학단협 간부나 회원단체 출신이다. 또 노무현 당선자의 싱크탱크로 떠 오른 대구사회연구소의 권기홍(인수위 사회여성문화 분과 간사) 영남대 교수와 이정우 (인수위 경제1분과 간사) 경북대 교수 등도 학단협과 관계가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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