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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지하철 참사/ 전문가들이 본 범인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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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지하철 참사/ 전문가들이 본 범인 상태

입력
2003.0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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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하철 방화참사를 일으킨 김대한(56)씨는 어떤 심리 상태였기에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범행을 저질렀을까. 김씨가 범행후 실어증 증세를 보여 구체적인 동기 파악이 어려운 가운데 지병에 대한 불만, 신체장애를 치료하지 못한 의료기관에 대한 적대감, 우울증 등 정신적 장애 등이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다.김씨의 범행 당시 심리 상태나 원인에 대해 정신과 전문의들조차 분석이 엇갈리지만 대체로 우울증 환자들이 자기 스스로를 해치는 자해행동이 많고,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상해는 극히 예외적이라는 점에서 우울증이 원인일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분석이다. 의사협회 사승언(史承彦·정신과 전문의) 총무이사는 "우울증은 대부분 만사를 귀찮아 하고 행동 시도 능력이 정상인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며 "뇌졸중 치료 실패에 따른 신체장애로 의료기관에 대한 불만이 누적됐고 가족들의 관심 부족 등으로 인한 사회적 적대감이 극단적 행위를 부추겼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정신과 전문의인 아름다운 미래의원 송현철(宋賢哲) 원장은 "우울증 자체는 정신장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만큼 극히 경미한 질환"이라며 "극단적 행동을 할 수 있는 피해망상으로 발전할 수 있지만 이는 그야말로 극단적인 경우"라고 우울증이 원인일 가능성을 부인했다.

정신과 의사들은 오히려 뇌졸중이 발생했을 때 뇌 손상으로 충동조절기능이 상실됐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정상인은 적대감을 행동으로 표출하려는 충동을 느끼면서도 이를 적절히 통제하지만 김씨의 경우 뇌손상으로 통제가 어려웠던 상황이 아니었느냐는 것이다. 송 원장은 "김씨가 충동 제어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서 신체마비의 원인을 의료기관에 돌리면서 나타난 적대감을 조절하지 못하고 외부로 표출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용인정신병원 하지현(河智賢) 진료과장도 "뇌졸중은 우울증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고 이를 적절히 치료하지 못했을 경우 행동 결과를 예측하는 현실검증력이 떨어질 수 있다"며 "김씨의 경우 현실감각이나 충동조절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적대감을 표출했고 지금도 자신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정진황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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