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당선자가 어제 대한상공회의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한 미국과의 관계에 대해 "미국과 의견이 다를 수 있으며 북한에 대한 무력공격은 사전 검토도 반대한다"고 말했다. 노 당선자는 얼마 전 노총과의 간담회에서도 비슷한 의견을 밝힌 뒤 당선자의 신분으로 지나친 발언이라는 지적을 받은 적이 있었다. 당시 그는 "다 죽는 것보다는 어려운 것이 낫다. 굳은 결심을 해야 한다"는 등의 과도한 표현도 구사, 대변인실이 이런 내용을 삭제해 발표하는 소동을 빚기도 했다.내용으로만 말하자면 노 당선자의 그런 발언은 한 가지 견해로서 성립할 수는 있다. 그러나 가뜩이나 한미관계 손상을 걱정하고 새 정부의 대미관계 정립에 대한 고민들이 무성한 마당에 당선자 신분으로 꼭 그런 표현들을 반복적으로 해야만 하는가에 대해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이 시점에서 노 당선자의 거듭된 발언은 그가 미국의 진의에 대한 매우 거친 가정을 사실수준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앞으로 한국은 미국과는 달리 가겠다는 선언인 것처럼 해석될 소지마저 있다. 당선자로서는 오히려 북한에 대해 핵 포기를 강력히 촉구하고, '북한과도 다를 수 있다'고 함께 강조해야 하는 것이 지금의 정세이기도 하다.
자신의 잇단 발언이 오해를 부르거나, 이로 인해 상황을 악화시킬 염려가 있다면 한번쯤 이를 재고해야 하는 것이 대통령 당선자가 가져야 할 덕목이다. 국민의 안위와 국가정책을 수임받은 당선자라면 한 단계 높은 노련함으로 표현을 절제하거나 때로는 묵언할 줄도 알아야 한다.
대통령은 최고위 외교관이다. 초보 외교관도 언어와 화법의 문제를 자꾸 일으켜서는 제대로 직무수행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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