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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계 새판짜기 논의 급물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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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계 새판짜기 논의 급물살

입력
2003.0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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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권 출범을 앞두고 언론·시민단체가 적극적인 '방송 바로 세우기'운동에 나서고 있다. 김대중 정부에서 미완에 그친 KBS 개혁은 물론 그동안 민영방송이라는 이유로 비판의 칼날을 대지 않았던 SBS 개혁에 이르기까지 이들의 방송개혁 요구는 전방위적이다. 시청률 경쟁에 발목 잡힌 KBS의 공영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인기 경쟁의 출발점인 SBS 개혁이 시급하고, 기간 공영방송인 KBS가 제대로 위상을 잡아야 MBC, SBS, 뉴미디어 방송이 제 자리를 찾을 수 있다는 논리다.과거 같으면 진보적 언론·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한 개혁요구는 '변방의 북소리' 정도로 여겨질 수도 있었지만 노무현 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사회 개혁 흐름이 어느 때보다 강한 마당이어서 상당한 힘이 실릴 가능성도 있다.

전국언론노조는 17일부터 1주일을 'SBS 윤세영 회장 일가의 방송 세습·사유화 저지' 주간으로 선포했다. 언론노조측은 1991년 개국 이후 12년이 지난 지금, SBS의 방송 사유화와 상업화가 전체 방송산업을 왜곡시킬 정도로 심각한 수준에 이른 때문이라고 밝혔다. 언론노조가 최근 발간한 'SBS 11년 평가 및 개혁방안' 백서는 SBS의 탄생에 얽힌 특혜의혹으로부터 사주 1인 경영체제, 수익성 기준의 무분별한 사업확장 등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SBS는 개국 이래 11년간 총 매출액 3조3,500여억원에 영업이익 4,799억원을 올리고 23개 계열사를 거느린 재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특히 지난해 10월 SBS 최대 주주인 윤세영 회장이 태영의 지분(14.82%)을 아들 윤석민 SBSi 대표 내외에게 증여해 경영권 세습에 의한 가족 지배 체제 구축을 시도하고 있다는 논란이 잇따랐다.

언론노조 주최로 18일 열린 'SBS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서도 참석자들은 SBS 사유화의 문제점을 집중 성토했다. 발제자로 나선 김재영 세종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방송채널은 분명 국민의 재산인데 이를 특정인이 사유화하고 세습한다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며 지배주주 지분 제한 강화(현행 30%에서 10%로) 소유와 경영, 편성의 분리 지상파 방송 재허가시 사업권 취소제 도입 등을 개혁안으로 내놓았다.

SBS측은 "합리적 비판에 대해서는 열린 자세로 수용하지만, 일방적 매도에 대해서는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KBS 역시 매체영향력 1위, 시청률 호조, 흑자경영 등 경영진의 자체 평가와 달리 내외의 개혁 요구에 직면해 있다. 12일 KBS노조 주최로 열린 'KBS 개혁 대토론회'에서 나온 학계와 언론단체의 평가는 혹독했다. 발제자로 나선 최영묵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지난 5년 간을 버텨온 KBS 박권상 체제는 실패였다"고 규정했다. 외부적으로는 보수성 또는 수구지향성으로 인해 공영방송으로서 대국민 신뢰도가 떨어졌을 뿐만 아니라 내적으로는 정실인사, 밀실행정, 권위주의적 조직 풍토를 강화했다는 주장이다.

최민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사무총장은 '시민운동진영에서 본 KBS의 지난 5년'이라는 발제에서 "KBS 개혁프로그램 '이제는 말한다'가 내부 갈등으로 방송되지 못한 예는 KBS의 내부개혁의 한계를 보여주었다"며 "보도 프로그램도 형식·기계적 중립 지키기에 급급했으며 KBS2의 지나친 상업화 문제도 개선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MBC 김중배 사장의 전격 사퇴로 공교롭게도 새 정부 출범에 맞추어 방송위원회, KBS·MBC 사장, 방송광고공사 사장 등 방송계의 대대적 인사와 이에 따른 새 판짜기가 불가피해진 것도 급물살을 타고 있는 방송개혁 요구의 배경인 것으로 풀이된다.

김광범 언론노조 정책실장은 "공영방송이든 민영방송이든 방송사업을 통한 이윤이 특정 개인에게 집중되면서 파생한 문제가 용인되던 때는 갔다"며 "방송사 내부적으로도 이런 위기의식이 싹터 현업 종사자들이 자구책 차원에서 개혁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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