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자 조간신문에 일제히 참사를 당하기 직전 대구 지하철 1080호 내부 승객 모습이 게재될 수 있었던 것은 '디지털 카메라 마니아'의 몸에 밴 '끼' 덕분이었다. 학원강사인 류호정(柳昊廷·29·사진·동구 율하동)씨는 자신의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인터넷 동호회에 올려 회원들과 공유하는 것이 취미다. 류씨는 18일 오전 출근하기 위해 율하역에서 상행선 1080호 전동차에 몸을 실었다. 전동차가 중앙로역에 도착, 문이 열리자 시꺼먼 연기가 전동차 내부로 스며들었고 하차하던 승객들이 다시 전동차에 올라탔다. 승객들은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류씨는 순간 늘 가방속에 갖고 다니던 작은 디지털 카메라를 손에 잡았다. "그 때만 해도 별 일 아닌 줄 알았다"는 류씨는 "순간 사람들이 당황하는 다양한 모습과 표정을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류씨는 곧 순간적으로 셔터를 눌렀다. 두차례 플래시가 터졌다. 사진을 찍고 나자 다시 전동차의 문이 열리고 대피하라는 기관사 음성이 들렸다. 그리고 나선 아비규환의 시작이었다. 류씨는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리거나 휴대폰 액정 불빛까지 동원해가며 출구를 찾았고, 결국 개찰구의 빨간 불빛을 발견해 탈출할 수 있었다./대구=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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