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지난해 대선 운동기간에 행정수도 이전 문제로 이회창 후보와 첨예하게 대립했었다. 당시 노 후보는 행정수도 이전을 수도 이전이라고 확대시켜 비판하던 이 후보에 대해 "알면서도 그러는 거면 흑색선전이고 모르는 거면 정말 머리가 별로다. 대한민국 대통령은커녕 통반장도 맡겨 놓으면 큰 일 낼까 싶다"고 비난했다. 통반장들은 머리가 나쁜 사람들이나 하는 것이라는 특정직업 비하발언이었다. 당사자들이 들으면 당연히 기분 나쁜 말이지만 두드러진 발언시비는 없었다.■ 사실 통반장들에 대한 일반의 인식은 그리 긍정적이지 못하다. "통반장 다 해 먹는다"는 말에서 알 수 있듯, 나서기 좋아하고 오지랖이 넓은 사람들이라는 식으로 이미지가 고정돼 있다. 학력이나 성격도 어느 정도 비슷하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완장'을 차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통반장을 맡는다. 선거철만 되면 통반장을 사퇴하고 특정 후보의 운동원으로 변신했다가 복귀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 자리의 친여적이고 관변적인 성격 때문인지 몰라도 야당성향의 통반장은 보기 어렵다.
■ 통장에게는 매달 10만원이 지급되며 연 200%의 보너스, 자녀 장학금, 명절 선물 등 혜택이 쏠쏠하다. 반장은 1년에 5만원을 받는다. 서울시의 통반장제에 관한 연간 예산은 200억원을 넘는다. 조선시대의 오가작통법(五家作統法)에서 유래된 통반장제도는 지방자치법 제4조에 근거를 두고 있다. 그러나 주민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수단으로 운용돼 온 통반장제는 정보통신 발달과 행정 전산화로 유명무실해졌다. 전자정부가 출범하고 사이버 통장제를 운영하는 지역도 늘어나 설 자리는 더 좁아졌다.
■ 그래서 선거철만 되면 통반장제 무용론이 나오지만 시들해지곤 했는데, 목포시가 최근 반장을 없애기로 하고 입법예고를 했다. 광주 동구 남구는 이미 2년 전에 반장을 없앴다. 반장수당을 활용해 통장제를 강화하려는 곳도 있다. 하는 일은 통장 반장이 비슷한데 반장의 경우는 대우가 나빠 그런지 맡으려 하는 사람도 없다. 노 당선자의 취임식에서는 그의 말투를 흉내내 인기가 높아진 '노통장' 개그맨 김상태씨가 주변행사의 사회를 맡는다고 한다. 반장은 죽고 통장은 뜨는 시대인가 보다.
/임철순 논설위원 yc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