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글렌 굴드처럼 연주하네?"12일 연세대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재즈 피아니스트 브래드 멜다우의 연주에서 캐나다 출신의 괴짜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1932∼1982)의 모습을 떠올린 팬이 많았을 것이다. 성큼성큼 들어와 청중에게 인사도 없이 바로 연주를 시작하는 모습이나, 잔뜩 웅크린 연주자세, 연주 때마다 가지고 다닌다는 전용 피아노 의자 등. 괴짜 기질을 감출 수 없는지 미리 연주곡목을 지정하지 않고, 리허설 때와 달리 곡을 기분대로 치는가 하면, 남방에 운동화 차림 그대로 연주를 해 공연관계자의 가슴을 졸이게 만들었다.
차이라면 실황 연주를 극도로 기피하고 연주 때 흥얼거리는 굴드에 비해 멜다우는 조용하면서도 관객과 가까이 있기를 좋아한다는 정도다. 하지만 생기발랄하면서도 정교하게 바흐의 곡을 재구성하는 굴드와 몇 개의 멜로디를 꼼꼼히 발전시키는 멜다우의 곡 구성은 클래식과 재즈로 장르는 다르지만 백인 음악에 기반을 둔 공통점이 느껴진다.
6곡을 연주한 멜다우의 진가는 영국 록 그룹 라디오헤드의 '파라노이드 안드로이드' 멜로디를 소재로 한 네 번째 곡에서 확연히 드러났다. 장장 15분에 걸친 이 곡을 멜다우는 긴장과 이완의 즉흥연주를 통해 자기 음악으로 만들었다. 대위적 구성이 장기라는 평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앙코르로 연주한 그룹 너바나의 '리티움' 편곡도 같은 맥락이었다.
다만 작은 공연장을 좋아하는 멜다우의 음악에 맞는 좀 더 작은 공연장에서 그의 음악을 감상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더 작은 공연장을 요구한 멜다우의 바람과 기획사의 수익이 적당한 선에서 절충할 수는 없었을까.
/홍석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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