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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성공한 대통령을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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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성공한 대통령을 보고싶다

입력
2003.0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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엿새 뒤면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16대 대통령에 취임한다. 하지만 그는 첫날부터 '불행한 대통령'이 될 것 같다. 지금 우리 사회를 흔들고 있는 대북 비밀지원 사건이 원만한 해법을 찾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조차도 쉬워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그에게는 통상 새 대통령에게 주어진다는 '정치적 밀월기간'(political honeymoon)을 즐길 여유가 없다. 신혼여행을 갈 수 없는 경우를 행복하다고 할 수 없는 것과 같다.정치적으로도 그는 사면초가(四面楚歌)의 처지에 놓여있다. 우선 국회에서는 야당이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고, 여당도 아직 무기력에서 헤어나지 못해 힘이 되어주지 못하고 있다. 관료집단도 새 대통령이 가져올 '변화의 소용돌이'를 두려워하며 이미 적대적 감정을 품고 있거나, 아니면 최소한 그에게 가까이 다가서기를 꺼리고 있다. '제4의 권력'이라는 언론도 마찬가지다. 언론의 양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보수적 신문들이 그의 진보적 성향을 뿌리부터 비판하고 있다. 과거의 대통령들이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썼던 '사정(司正)의 칼'도 검찰개혁의 바람 속에 점점 손에서 멀어지고 있다.

상황이 이 정도면 그가 기댈 곳은 국민 뿐이다. 하지만 그조차도 그리 여의치 않은 형편이다.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그를 지지했던 사람들을 크게 나누어볼 때 지역적으로는 호남, 세대별로는 20∼30대, 그리고 이념적으로는 진보적인 그룹이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그 가운데 지금 현재 그를 열렬히 성원하고 있는 사람들은 진보주의자들밖에 없다.

탈이념적 성향이 강한 젊은 세대는 마치 월드컵 경기 때 길거리에 쏟아져 나와 열광했던 것처럼 '노무현의 승리'를 위해 뛰었다. 그리고 대선이 끝난 뒤에는 '한 판 멋드러지게 잘 놀았다'는 듯이 뿔뿔이 흩어졌고 또 다시 정치에는 별 관심이 없다. 그리고 호남 사람들은 아직도 그를 지지하지만, 과연 그가 김대중 대통령을 보호할 수 있을지, 그리고 호남 사람들의 이익을 얼마나 생각해 줄지에 대해 자신하지 못하는 것 같다. 뒤집어 생각하면 지난 선거에서 다른 후보에게 표를 던졌던 사람들이 죽 늘어서서 '어디 얼마나 잘하나 두고보자'며 눈을 부릅뜨고 있는 형국이다.

하지만 축복받지 못한 결혼이라 해서, 신혼여행을 가지 못한 결혼이라 해서, 가난하게 출발한 결혼이라 해서 모두 불행한 인생을 사는 것은 아니다. 누구든지 열심히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는 게 세상사의 진리인 것처럼 노무현 당선자에게도 무한한 가능성이 열려있다.

인생에서의 키워드가 '사랑'이라면 정치에서의 키워드는 '설득'이다. 턱없는 논거를 들어 생트집을 걸어올지라도 자신을 반대하는 사람들을 끝까지 설득하는 노력을 다해야 한다. 힘에 의존하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며 설득에 설득을 거듭할 때 대통령의 힘은 몇 곱절 커진다.

이제는 정말 '성공한 대통령'을 보고 싶다.

신 재 민 정치부장 jmnew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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