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설렁탕이 짜다며 국물을 좀 더 달라고 주인에게 청했다. 주인이 갖다 준 국물을 어머니는 아들의 그릇에 얼른 부어주었다. "더울 때일수록 고기를 먹어야 더위를 안 먹는다. 고기국물이라도 되게 먹어둬라." 눈시울이 더워진 시인 아들은 중얼거렸다. "눈물은 왜 짠가."함민복(41·사진)씨의 산문집 '눈물은 왜 짠가'(이레 발행)는 어머니에게 드리는 책이다. 그가 적는 어머니 이야기는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의 마음이기도 하다. 혼자 사는 아들이 안쓰러워 "같이 집 짓는 까치 좀 봐라. 너처럼 고생하며 산 여자 만나면 된다"고 토닥인다. 그런 어머니에게 아들은 "그럼, 나 까치하고 같이 살면 안될까?"라면서 웃는다. 시인인 아들은 '손가락이 열 개인 것은/ 어머님 배 속에서 몇 달 은혜 입나 기억하려는/ 태아의 노력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성선설')라는 시를 쓴다.
함씨가 강화도 바닷가에 둥지를 튼 지 4년 째다. 고기를 낚고 농사를 지으면서 산다. "사람을 급히 구할 수가 없어서… 공고 나온 처남이 좀 도와주게"라는 부탁에 공장에 간 적이 있었다. 공장 사람들이 눈깜짝할 새 밥그릇을 비우는 것을 보고 최하림 시인의 산문 구절이 떠올랐다. "가난하게 산 사람들은 밥을 빨리 먹는다. 왜냐하면 형제들에게 밥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빨리 먹던 습관이 몸에 배어 있기 때문이다." 고기국물을 더 받았던 그 설렁탕 집은 가세가 기울어져 갈 곳 없어진 어머니를 고향 이모 댁에 모셔다 드리던 길에 들른 곳이었다. 가난은 시인의 글에 그렇게 배어 있다. 가난해서 그는 맨몸으로 자연에 닿을 수 있다. 그것이 시인의 눈을 열어준다. 버섯의 성품을 알아보는 시인의 눈. "버섯은 참 조용하다. 내성적이다. 얼마나 내성적이냐 하면 그늘에 살며 제 그림자도 만들지 않는다. 그림자가 몸에서 외출해 다른 그림자를 만나는 것도 부끄러운가 보다."
/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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