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하철 전동차 방화 참사의 직접적인 원인은 화재로 발생한 유독가스 때문이다. 더욱이 전동차 기관사의 어처구니 없는 판단착오와 대구지하철공사의 허술한 재난관리시스템이 인명피해를 더욱 크게 했다.전동차 실내 장판과 천장판은 섬유 강화플라스틱(FRP), 바닥은 염화비닐, 의자는 폴리우레탄폼으로 구성되어 있다. 소방 관계자들은 "이들 제품은 화재가 나면 유독가스를 심하게 방출해 치명적"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국내 전동차 소재 기준이 지하철이 도입되던 시점 이후 거의 강화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따라서 정부나 자치단체가 제작기준을 미리 강화했더라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전동차 기관사들의 어이없는 대처도 피해를 키웠다. 이번 화재로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견된 곳은 처음 불이 난 전동차(1079호)가 아니라 반대편에 정차한 전동차(1080호). 기관사가 정차한 뒤 출입문을 열다가 연기가 들어오자 문을 닫고 15분여 간이나 대기하다 문을 열어주지 않는 바람에 승객들이 떼죽음을 당했다. 소방관들에 따르면 처음 불이 난 전동차에는 미처 빠져 나오지 못하고 숨진 채 발견된 사망자가 객실당 1∼3명에 불과했으나 맞은편 전동차에서는 객실당 10여명에 달했다. 특히 문이 열리지 않은 채 불탄 5, 6량 객실에서는 40여명에 이르는 시신이 형체조차 알 수 없게 불탄 채 발견됐다.
대구지하철공사의 허술한 재난관리시스템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대구지하철 종합 사령관은 전동차에 불이 났는데도 제대로 상황조차 파악하지 못했고 결국 반대차선의 전동차 진입을 막지 못했다. 게다가 화재 발생시 긴급 대처요령을 알리고 당황하는 현장을 차분하게 지휘했어야 하는 데도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여기에 전동차내에 소화기가 비치돼 있었으나 삽시간에 번진 불길을 잡기에는 역부족이었고 물을 뿌려주는 스프링클러 시설은 아예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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