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직원 장대성·김상만씨"지금 사람들을 대피시키고…콜록 콜록…." 18일 오전 대구 지하철 참사 현장. 승객을 구조한다며 현장에 남아있던 장대성(36)씨와 김상만(32)씨가 동료 휴대폰에 남긴 마지막 목소리였다.
중앙로역에 파견 나왔던 차량정비공 장씨와 김씨는 사고 발생직후 차량기사로부터 "화재가 났다"는 연락을 받고 다급하게 현장으로 달려갔다. 뿌연 연기 속에서 우왕좌왕하는 승객들을 일일이 출구쪽으로 대피시키던 이들은 더 이상 구조활동이 불가능해지자 급히 사무실로 대피했다. 하지만 유독가스는 방화벽이 쳐진 사무실마저 엄습했다. 마지막까지 승객구조에 나섰던 두 직원은 끝내 주검으로 발견됐다.
장씨와 김씨의 시신이 나란히 안치된 대구 파티마병원 영안실은 가족과 지하철공사 직원들의 통곡으로 뒤덮였다. 동료들은 "두 사람 모두 충분히 빠져나올 수 있었는데도 승객들을 먼저 대피시키려다 화를 당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김씨의 노부모는 "만아! 아이고 만아"라며 아들 이름을 부르다 실신,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북부소방서 구조대원
소방관들의 목숨을 아끼지 않는 헌신적인 구조활동이 수십명의 고귀한 목숨을 구해냈다. 참사 발생 직후 오전 10시께 가장 먼저 사고현장에 도착한 대구 북부소방서 구조대장 황윤찬(44) 소방위를 비롯한 구조대원 7명은 곧장 매캐한 연기가 치솟는 지하철 역사 안으로 내달렸다. 전등이 꺼져 칠흑같이 어두웠고 유독가스만 가득했다. 소방대원들은 지하2층 사무실에 직원 10여명이 고립돼 있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불길 속으로 뛰어들었다. 서로 로프에 의지해 100m를 걸어내려간 이들은 이미 실신해 쓰러진 직원들을 발견했다. '이대로라면 구조해서 나간다 해도 모두 죽는다'고 판단한 소방대원들은 약속이나 한듯 자신의 산소 호흡기를 빼내 일일이 쓰러진 이들의 입에 물렸다. 자욱한 유독가스를 뚫고 실신자들을 업은 채로 구출하려면 정작 구조대원들의 목숨까지 위태로워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산소호흡기를 교대로 물어가며 100여m를 되돌아가다 마침내 도착한 출구. 비지땀 속에 상큼한 공기가 밀려왔지만 이들은 잠시 호흡을 내쉰 뒤 다시 역사 안으로 내달렸다.
/대구=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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