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에 대한 검찰수사를 계기로 재벌 오너들의 기업 지배 수단으로 활용되는 비상장 계열사 주식의 가치평가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와 소액주주들은 비상장 주식의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대주주의 변칙 증여·상속 및 부당 이득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해당 기업과 대주주들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평가한 것으로, 문제될 게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SK그룹 부당내부거래의 핵심은 최태원 회장이 보유한 비상장 기업인 워커힐호텔의 지분 이동이다. SK 계열사들이 '적정 주가'보다 비싸게 사들여 최 회장에게 부당 이득을 안겨주고 1인 지배구도 강화를 도왔다는 의혹이다. 최 회장은 지난해 3월 갖고 있던 워커힐 주식 60만주(7.5%)를 1주당 4만495원씩 242억9,000만원에 SK글로벌에 넘겼다. 또 나머지 325만주(40.7%)도 주당 4만495원에 SK C& C가 보유하고 있던 SK(주) 주식 646만주(5.08%)와 맞교환(주식스왑)했다. 최회장은 워커힐 주식을 비싼 값에 계열사에 넘기고 대신 주가가 낮았던 SK주식을 대거 매입해 막대한 시세차익을 올린 셈이다.
증권가에서는 워커힐의 적정 주가는 비슷한 업종인 호텔신라 등과 비교할 때 1만2,000∼2만3,000원 수준(당시 호텔신라 주가는 1만원선)이라며 4만원은 지나치게 고평가된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SK는 현행 세법상 비상장회사의 주식 평가는 주당 순손익가치와 순자산가치 가운데 높은 것을 택하도록 하고 있으며, 회계법인을 통해 적법하게 평가한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삼성도 1999년 당시 장외거래가격 기준으로 5만원이 넘는 비장사인 삼성SDS 주식을 이건희 회장의 자녀들에게 편법으로 넘긴 혐의로 참여연대와 소송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삼성은 1년 후 1주당 7,150원에 신주 321만주를 인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이 회장 자녀들에게 넘겼다. 삼성은 세법에 따라 삼성SDS의 1주당 순자산가액 6,980원에 최근 3년간 손해손익액의 가중평균액인 6,000원을 더해 둘로 나눈 금액 6,490원을 계산한 후 지배주주 소유주식의 1주당 평가액 10% 가산원칙에 따라 적정가격을 산출했다고 말하고 있다.
LG도 1999년 당시 비상장사인 LG석유화학 주식 2,744만주(70%)를 구본무 회장등 대주주 일가 34명에게 주당 5,500원에 넘긴 후 LG석유화학이 거래소에 상장하자 대주주들은 1만∼2만원의 가격에 이를 장중 매각하거나 LG화학이 다시 매입, 회사와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쳤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기업이 납세자 권익 침해를 막기위해 보수적으로 적용토록 한 법의 허점을 악용하고 있다"며 "차제에 비상장 주식을 '시가'대로 적절하게 평가할 수 있는 합리적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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