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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로쇠 여행/한모금에 봄향 솔솔 두모금에 활력 쑥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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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로쇠 여행/한모금에 봄향 솔솔 두모금에 활력 쑥쑥

입력
2003.0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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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은 우수(雨水)다. 눈 녹는 골짜기에 봄 진객이 등장한다. 고로쇠약수다. 지리산, 백운산 등 남녘 기슭에는 이미 약수통을 메고 산을 오르는 행렬이 시작됐다. 봄 소식을 만나러 가는 길에 정갈한 약수 한 잔을 마시며 한 해의 건강을 다져보자.고로쇠 약수란 고로쇠나무의 수액이다. 고로쇠나무는 단풍나무과의 활엽수. 높이 20m까지 자라며 5월에 연한 황록색의 꽃을 피운다. 목재는 치밀하고 단단해 잘 갈라지지 않는다. 우리나라 전역, 특히 해발 400m 부근 어디에나 있는 흔한 나무다. 그러나 공해가 적고 산이 깊은 지리산 일대, 경기 남양주시 주금산 일대 등에서 나는 것을 으뜸으로 친다.

수액에는 염산이온, 황산이온, 마그네슘, 칼륨, 칼슘 등 미네랄 성분이 일반 물의 40배 이상 녹아있다. 성분 대부분이 이온화해 있어 체내 흡수가 빠르다. 산후통, 고혈압, 위장병, 피부미용에 좋다고 한다. 30∼50년 수령의 나무에서 채취되고 우수에서 시작해 경칩까지 나오는 수액의 효능을 최고로 친다.

전설도 많다. 신라의 고승 도선국사의 이야기가 대표적. 백운산에서 도를 닦던 그가 이른 봄 득도해 일어나려 하니 무릎이 펴지지 않았다. 나뭇가지를 잡고 일어서던 그는 가지를 부러뜨렸고 나무의 상처에서 떨어지는 수액을 마시고 무릎을 펴게 됐다. 그래서 '골리수(骨利樹)'라 했고 이후에 고로쇠나무로 불리게 됐다고 한다.

약수로 지은밥도 별미

마시는 방법은 다양하다. 짭짤한 과메기나 오징어구이, 땅콩 등을 안주처럼 먹으면서 마시는 것이 일반적이다. 많이 마시기 위해 온돌방에 불을 지피고 땀을 흘리며 하루종일 들이켜는 사람도 있다. 풀냄새와 나무냄새가 약간 섞여 있을 뿐 역한 맛이 없어 누구나 부담없이 마실 수 있다. 약수로 밥을 짓거나 닭백숙을 끓여 먹는 방법도 있다.

고로쇠약수는 맑다. 약간의 시간이 지나면 물 속의 섬유질이 드러나면서 탁해 보인다. 마시는 데에는 상관이 없다. 쉰내 등 변질의 냄새가 나면 마실 수 없다. 약수는 냉장고에 보관하면 1주일 이상 가지만 따뜻한 곳에 놓아 두면 2∼3일만에 상한다.

무분별한 채취땐 낭패

채취법은 크게 두 가지. 나무에 도끼나 톱으로 V자형 상처를 내 흐르는 수액을 채취하는 사구법과 직경 1∼2㎝의 구멍을 뚫어 호스를 연결하는 천공법이다. 요즘에는 상처가 적고 위생적인 천공법이 많이 쓰인다. 이물질이 들어가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아무나 채취하다가는 낭패를 당한다. 산림청은 무분별한 수액채취로부터 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3년 전부터 수액채취 관리지침을 만들었다. 사유지는 시장이나 군수, 국유림은 지방산림관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어기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벌금 1,500만원 이하의 무거운 벌을 받는다. 그래서 고로쇠여행은 채취여행이 아니라 마시는 여행이다.

지리산·남양주 일대 유명

고로쇠 여행의 대표적인 곳은 지리산 일대다. 하늘 아래 첫동네라는 심원마을을 비롯해 피아골, 달궁계곡, 연곡사계곡, 상위마을 등을 꼽을 수 있다. 특히 뱀사골에서 노고단으로 오르는 중간지점에 위치한 남원시 산내면 달궁리는 모든 가구가 고로쇠를 채취한다. 화암사 계곡의 한화리조트(061―782―2171)에서 수액을 판매한다.

지리산 인근의 백운산(광양시)도 유명한 고로쇠 산지이다. 봉강면 (061―763―5853), 옥용면(762―3876), 진상면(772―3350), 다압면(772―3832)은 관광객들을 위해 방을 무료로 내주는 등 고로쇠 판매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흑염소나 닭을 고로쇠 수액으로 삶는 등 고로쇠를 이용한 독특한 먹거리도 내놓고 있다.

서울 인근에서도 고로쇠 수액을 채취한다. 경기 남양주시의 축령산 일대가 대표적이다. 축령산, 주금산 등 해발 800m 이상의 산이 많아 30∼50년생 고로쇠나무가 대규모로 자생하고 있다. 46번 국도를 타고 구리시에서 마치터널을 지나 마석에서 좌회전한다. 이어 362번 지방도로천마산스키장을 거쳐 17㎞ 정도 더 가면 내방리와 비금리가 나온다. 고로쇠가 유명한 마을이다. '고로쇠 마을'이라는 간판을 크게 달아놓아 찾기 쉽다. (031)585―8959.

경기 양평군 단월면 석산리도 고로쇠마을이다. 50여 가구 주민들이 양평군의 소금강으로 불리는 소리산의 꼭대기에서 고로쇠를 채취한다. 약 1,600그루의 고로쇠 나무가 자란다. 이 마을에서는 고로쇠 수액 채취가 끝나면 곧바로 박달나무 수액 채취에 들어간다. 박달나무 수액은 고로쇠에 비해 칼슘과 마그네슘이 7배쯤 많아 골다공증 예방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권오현기자 ko0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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