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하철 전동차에서 방화로 불이나 215명(사망 50명, 실종 165명, 경찰 잠정집계)이 숨지거나 실종되고 138명이 부상하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18일 오전 9시55분께 대구 중구 남일동 대구지하철 1호선 중앙로역 구내에서 진천에서 안심 방향으로 운행중인 1079호 전동차(기관사 최정환·33)의 2호차를 타고 가던 김대한(金大漢·56·무직·대구 서구 내당동)씨가 인화물질이 든 흰색 플라스틱 우유통 1개에 불을 붙여 투척, 화재가 발생했다.
승객 박근태(37)씨는 "체육복 차림의 남자가 플라스틱통에 라이터로 불을 붙이는 것을 보고 주변에 있던 승객들이 격투를 벌였으나 이 남자가 뿌리치고 객차에 던졌다"고 말했다. 불은 순식간에 전동차의 6개 객차에 번졌으며 당시 반대편에서 중앙로역에 도착한 상행선 1080호 전동차(기관사 최상열) 6량에도 옮겨 붙어 피해가 컸다.
화재 발생 후 유독가스와 연기의 분출로 현장 접근이 어려워 오후 5시가 넘어서야 본격 발굴 작업에 나서면서 희생자가 급격히 늘어났다.
오후 10시께는 전동차 안 곳곳에서 70여 구의 시신이 추가로 발견됐다. 부상한 승객들은 대구시내 20개 병원에 분산, 치료 중이지만 중환자가 많아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참사가 발생한 전동차 2개편에는 430여명의 승객이 탑승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날 사고는 반대편에 정차해 있던 전동차가 연기가 들어 온다는 이유로 15분 가까이 출입문을 닫고 정차해 있다가 유독가스가 구내에 가득 찬 뒤에도 "대피하라"는 안내방송만 하고 문을 열어주지 않는 바람에 사상자가 더 많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전동차에 불이 나고 곧바로 정전이 되자 수백여명의 승객들이 출입구를 찾느라 아비규환으로 변했다. 또 지하철역 출입구 4곳에서 다량의 유독가스가 장시간 배출되면서 한때 대구 도심의 지상교통도 마비됐다. 사고직후 대구 도심으로 진입하는 모든 도로가 통제됐으며 중앙지하상가 점포 251개 등 인근 상가가 철시하고 긴급대피했다.
대구시와 지하철공사는 각각 사고대책본부를 설치하고 소방관 등 인력 1,300여명과 장비를 동원해 철야 구조작업을 벌였다.
경찰은 사고 발생 2시간여 만인 낮 12시께 대구 북구 노원동 조광병원 응급실에서 불을 낼 당시 입은 화상을 치료중인 김씨를 붙잡아 조사 중이다.
김씨는 현재 진술을 거부하고 있으나 경찰은 지체장애 2급 판정을 받은 김씨가 신병을 비관해오다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대구=특별취재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