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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띄우는 편지

입력
2003.0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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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꽃철이 시작됩니다. 이미 동백은 피었고, 3월에 들면 매화가 꽃망울을 터뜨립니다. 산에 구름이 하얗게 덮은 듯 매화가 만개하면 한쪽 산등성이에 노란 물이 듭니다. 산수유입니다.산수유가 질 무렵이면 꽃은 길가와 마당으로 내려옵니다. 벚꽃과 목련입니다. 연분홍 세상을 만듭니다. 조금 더 있으면 꽃은 다시 산으로 올라갑니다. 이번에는 붉은 색입니다. 진달래와 철쭉이 산을 태웁니다. 이렇게 6월까지 봄꽃의 향연이 계속됩니다.

꽃이 피는 것에는 관심이 많아도, 꽃이 지는 것에 대해서는 무심합니다. 그러나 어찌 보면 피는 모습보다 지는 모습이 더 마음을 울렁거리게 할수도 있습니다.

봄꽃 중 가장 화려하게 지는 것은 뭐니뭐니 해도 벚꽃입니다. 대부분의벚꽃 명소는 사람이 꾸며놓은 곳입니다. 가로수가 많습니다. 그래서 꽃이한꺼번에 무리지어 핍니다.

동백이나 철쭉 같은 꽃이 은근한 구들장의 불 같다면 벚꽃은 성냥개비에불이 붙는 형상입니다. 한꺼번에 피었다가 한꺼번에 집니다. 꽃잎이 떨어집니다. 눈이 내리는 것 같습니다. 벚꽃 나들이는 바람이 많이 부는 날에해야 제격입니다.

슬프게 지는 꽃도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목련을 꼽습니다. 만개하면 크고 화려하기가 목련만한 것이 없습니다. 백작부인 같습니다. 그러나 처참하게 집니다. 불에 그을린 듯 꽃잎이 까맣게 타 들어가고 비틀어집니다.

그러나 더 슬프게 지는 꽃이 있습니다. 동백입니다. 멀쩡히 나무에 매달려 있다가 꽃송이채로 툭 떨어집니다. 단두대를 연상케합니다.

요염한 동백꽃이 있어 한동안 바라보다가 갑자기 꽃이 툭 떨어지면 놀라서가슴이 철렁하기도 합니다. 동백나무숲의 바닥은 그래서 온통 붉은 색입니다. 비감을 느낍니다. 겨울을 보내는 것이 그렇게 슬픈 모양입니다.

권오현 기자 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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