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의 증권담보대출이 침체장에 발이 묶인 수많은 투자자에게 새로운 자금 융통수단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증권담보대출은 신용이나 주택담보를 통한 은행권의 대출과 달리, 말 그대로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증권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상품. 지금까지는 담보력이 발생하려면 해당 증권을 산 뒤 1개월 이상 예탁해야 했으나, 정부가 최근 증권거래법 시행령에서 관련 규정을 폐지키로 함에 따라 투자자들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대출상품으로 탈바꿈했다.
현재 증권담보대출은 LG투자증권 등 주요 증권사와 상호저축은행 등에서 10여개 내외가 출시된 상태. 그러나 연내 시장규모가 2조∼3조원으로 팽창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3월초쯤에는 삼성증권 등 자금력을 갖춘 대형 증권사도 잇달아 신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마이너스대출과 주택담보대출 중간 수준 금리
증권담보대출의 금리는 현재 가장 보편적인 급전 융통수단인 은행권의 마이너스대출(연 13% 내외)과 금리가 가장 싼 주택담보대출(6% 내외)의 중간 수준인 연 7∼12% 사이. 물론 대출회사별, 대출 금액별로 금리 차이가 있긴 하지만 증권을 보유한 사람이라면 급전을 은행 마이너스대출로 융통하는 것 보다 경제적일 수 있다.
담보 유지비율 역시 각 사별로 차이는 있지만 대출 전일 종가 기준으로 대략 170% 내외이기 때문에 100만원어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약 58만원을 대출 받을 수 있는 수준이다.
담보 대상 증권은 LG투자증권을 비롯한 대부분 증권사가 상장주식과 코스닥주식으로 한정하고 있다. 그러나 증권담보대출의 선발 주자인 한국증권금융은 이외에 국공채, 회사채, 수익증권, 양도성 예금증서(CD) 등도 담보로 받고 있다. 반면 현대증권은 대상종목을 비교적 우량 주식인 KOSPI 200 및 코스닥 50종목에 국한해 비교적 엄격한 관리원칙을 유지하는 편이다.
잘 쓰면 약, 못쓰면 독
증권담보대출에 대한 규제가 풀리면서 급전이 아쉬운 투자자들이 눈물을 머금고 보유주식을 턱없이 싼값에 파는 상황을 피하게 됐다. 그러나 증시 전문가들은 "잘 못 쓰면 투자자를 더욱 깊은 수렁에 빠뜨릴 수도 있는 만큼 절제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가장 주의가 필요한 경우는 투자자가 증시에서 일반적인 미수거래 대신 증권담보대출로 융통한 돈을 또다시 주식에 투자하는 경우이다. 예를 들어 현재 예탁금 잔액 1,000만원에 3,000만원어치의 주식을 보유, 총 4,000만원의 주식관련 자산을 가진 사람이라면 1억원의 미수거래를 할 수 있지만, 이용기한이 3일 뿐인데다 금리가 비싸 웬만하면 쓰지 않는다. 그러나 같은 조건인 경우 예탁금 잔액과 증권담보대출을 이용하면 약 2,500만원을 별 부담없이 새로 주식투자에 장기적으로 동원할 수 있게 된다.
LG투자증권 관계자는 이 같은 우려와 관련, "투자자의 일반적인 특성상 증권담보대출을 이용할 정도로 증시가 저평가됐다면 대출금을 이용한 저가매수의 유혹을 떨치기 어려울 것"이라며 "그러나 자칫하다간 손실이 더욱 확대될 위험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대다수 금융전문가들 역시 "증권담보대출로 투자자의 편의가 증진됐지만, 거꾸로 투자자의 절제가 그만큼 필요한 상품"이라고 지적했다.
/장인철기자 icja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