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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0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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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청계산 바람골. 산의 북서쪽 아래로 패인 수십 개의 크고 작은 계곡 가운데 유난히 바람이 많고 세다고 해 이런 이름이 붙었다. 바람골에서 흘러내리는 맑은 물은 양재천의 원류가 된다. '원지동추모공원' 조성지로 유명해진 개나리골과는 야트막한 산자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다.떠들썩했던 개나리골 추모공원 예정지에 가려져, 청계산을 웬만큼 안다는 등산객도 낯설어하는 바람골이 지금 서초구와 환경단체간 논란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원지동 153의 1 계곡 초입을 막아 인공호수를 조성하려는 구의 계획 때문이다.

60여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바람골의 물길이 Y자로 합쳐지는 곳에 높이 15m, 길이 80여m의 제방을 쌓고 수문을 둔다는 것이 서초구의 계획이다. 이렇게 해서 저수용량 15만톤에 만수위 면적 6,230평의 작지 않은 인공호수를 만들겠다는 것.

서초구는 "여름철 홍수기때 물을 모아, 갈수기에 줄어드는 양재천의 유수량을 늘리고 양재 화훼단지에 농업용수로 공급하기 위한 것"이라며"그린벨트인 만큼 호수가 만들어 지더라도 주변에 음식점 카페 등 위락·편의시설은 일절 들어서지 못할 것"이라고말했다.

구는 이미 지난해 수천만원을 들여 농업기반공사에 사업타당성 용역을 의뢰했고, 최근 '희망적인' 중간 보고가 나와 잔뜩 고무된 상태다. 구 관계자는 "바닥에 암반층이 있어 지하수 유출 가능성이 작고, 이곳에 있는 흙과 돌을 이용해 제방을 쌓을 수 있기 때문에 자재를 멀리서 구하지 않아도 된다는 긍정적인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구는 3월초 최종 용역결과가 나오면 이를 토대로 설계에 들어가 내년 중반 공사를 시작, 2005년 완성할 계획이다.

하지만 최근 이 곳을 현지조사 한 환경운동연합 강·하천 담당 이철재(李哲宰) 간사는 "왜 많은 돈을 들여 댐을 쌓으려 하는 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양재천 유수량(하루 평균 5만톤)을 유지하면서도 화훼농장의 농업용수로 사용하기에는 저수량이 너무 적다는 것이다. 양재천의 유수량을 늘리기 위한 것이라면 강남구가 양재천 복원에 65억원을 투입했듯 서초구도 그 비용을 양재천에 직접 투입하면 훨씬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서초구는 저수지라고하지만 실상은 작은 댐"이라며 "댐은 조성단계에서부터 주변 자연림 식생을 파괴하고 건설을 위해 사람들이 오가면 생태파괴와 환경오염이 일어난다"고 우려했다. 반경 1㎞ 이내에 양재대로 강남대로 헌릉로 청계로 등이 있어 접근성이 뛰어난 것도 오염을 부채질하는 요인. 인공호수가 생기면 그만큼 사람 손을 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시민단체 일부에서는 "호수 조성의 목적과명분이 불명확하다"며 "구가 추모공원 조성을 시도하는 시와 타협하면서 주민 무마용으로 그린벨트 해제를 전제로건설하려는 것"이라며 진짜 목적을 의심하고 있다.

구가 워낙 '조용히' 추진해 온 탓에 호수가 들어서는 윗새원마을 주민 대부분은 아직 계획을 모르고 있다. 제방이 앞마당을 지나게 되는 한 주민은 "호수가 생긴다는 말은 금시초문"이라고 했고 십여년간 농원을 운영해온 다른 주민도 "처음듣는 얘기지만 없던 '큰 물'이 마을 윗쪽에 생기면 기분이 좋겠느냐?"고반문했다. 하지만 호수 건설을 계기로 번듯한 길이 나는 등 생활편의가 조금은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에 찬성하는 주민도 있다. 이와 관련, 조남호(趙南浩) 서초구청장은 "추모공원조성사업과는 전혀 관계없는 일로 아직 검토단계에 있을 뿐"이라며 "용역 결과가 나오면 주민의견 수렴과 전문가 자문을거쳐 시행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수천만원을 용역비로투입한 것을 보면 서초구의 실행 의지는 확고하다고 볼 수 있다"며 "목적이 불분명하고 환경오염원으로 전락할 것이 뻔한 인공호수가 들어서지 못하도록 반대운동을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동국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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