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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 / 시간강사는 서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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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 / 시간강사는 서럽다

입력
2003.0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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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 인문계열 시간강사인 A(40)씨는 최근 서울 각 대학들의 강사료 인상 발표에 자조적인 웃음부터 지었다.A씨는 지난 해 성균관대에 주 6시간, 원주의 한 사립대에 6시간을 출강해 월 120만원 정도의 강사료 수입을 올렸다. 성균관대의 시간당 강사료는 다른 대학보다 좀더 많은 3만2,500원. 원주의 사립대는 2만원 정도지만 교통비와 식대로 월 16만원 정도의 개인지출이 발생했다. 방학을 제외한 8개월 동안 A씨가 번 연수입은 1,000만원 정도. 지난 해 3인 가족 근로자 평균소득 2,700만원의 3분의 1에 불과한 수준이지만 연간 600만∼700만원 정도 수입 밖에 올리지 못하는 다른 강사들에 비해 사정은 나은 편이다.

결혼 9년차로 유치원생 딸을 둔 A씨는 작가 지망생들의 글을 손봐주거나 고교생 대상 논술과외, 외부 초청강의 등을 통한 부수입 없이 강사료만으로 생활하기는 불가능하다고 털어놓았다. 은행 대출금 등으로 서울 외곽에 겨우 마련한 31평짜리 아파트의 대출이자와 교육비, 생활비 등을 빼고나면 연구나 강의에 필요한 자료 구입비는 언감생심이다. A씨는 "강의료가 1만원 오르면 저축할 여유가 생길지도 모르겠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대학 시간강사에 대한 처우 개선이 요원하다. 최근 고려대가 강사료를 시간당 3만2,000원에서 4만1,000원으로(28.1%), 연세대가 3만원에서 4만원으로(33%) 인상한다고 발표했지만 대학교육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강사들과 전임교수들간 대우는 좀처럼 격차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연세대의 경우 시간강사 숫자(1,176명)는 전임 교원(643명)의 2배 가량 되지만 올 해 지출할 인건비는 115억원으로 전임 교원(1,200억원)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시간강사들은 해고와 위촉이 대학 임의로 결정되고, 강의를 준비해야 하는 방학중에는 강의료를 전혀 받을 수 없는 등 신분상 불이익도 심하지만 법적인 보호를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 시간강사들은 교수, 부교수, 조교수, 전임강사 등으로 대학 교원을 한정한 고등교육법과 교육공무원법의 개정을 요구하고 있지만 법제처는 "대학의 설립, 운영, 교원확보 비율 등은 교육인적자원부의 입법 검토가 있어야 한다"며 팔짱을 끼고 있다.

연세대의 한 관계자는 "전임교수들의 보수를 줄이지 않는 한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시간강사들은 법정 교수 충원율을 높여야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1995년 전국 대학의 전임교수 확보율은 77%였지만 지난 해 서울 주요 사립대의 전임교수 확보율(의대 제외)은 서강대 57.1%, 이화여대 54% 고려대 51.7%, 연세대 47.3%로 평균 50%대였다. 전임교수 확보율을 높이는 것이 장기적 과제라면, 최소 1년 단위 계약의 월급제라도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 시간강사들의 요구다. 1년 단위 계약에 월 150만원(주당 3시간) 가량의 임금보장이 시간강사들이 요구하는 최저 수준이다. 한국비정규직교수노조 임성윤 위원장은 "노무현 당선자가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강조하며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 해소를 강조한 만큼, 전임교수와 시간강사의 강의료 격차를 줄이는 일에서부터 시간강사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풀어야한다"고 말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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