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확정된 청와대 비서관(1,2급) 31명의 면면을 살펴보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의 측근세력인 386 운동권 출신이 요소요소에 포진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이들이 네트워크를 형성하면 청와대 비서실 전체를 실질적으로 장악할 수 있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안보, 치안, 사건 등에 대한 일일정보 취합뿐 아니라 대통령의 일정·기획 업무까지 맡게 될 국정상황 비서관(국정상황실장)은 예상대로 386 출신중에서도 노 당선자의 오른팔인 이광재 기획팀장이 맡았다. 정상외교 등에서의 업무 전문성 측면에서 논란이 있었던 의전 비서관에도 노 당선자의 오랜 386 측근인 서갑원 의전팀장이 배치됐다. 홍보수석실의 윤태영 연설담당 비서관 내정자와 김만수 보도지원 비서관 내정자, 국민참여수석실의 천호선 참여기획 비서관 내정자도 노 당선자와 10년 안팎으로 호흡을 맞춰온 386들이다.
정무수석실의 박재호 정무2 비서관 내정자와 민정수석실의 이호철 민정1 비서관 내정자는 노 당선자 부산 인맥의 핵심으로서, 엄밀한 의미의 386은 아니지만 역시 운동권 출신이다. 이들 386 출신을 포함해 투옥 경력이 있는 내정자는 30% 정도이고 여기에 범운동권 출신을 합치면 절반에 육박할 정도여서 "민주화운동 세력이 청와대를 점령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운동권 출신이 대거 진출하면서 자연히 비서관의 평균연령도 낮아졌다. 50대는 장준영 시민사회1 비서관 내정자 등 5명에 불과하고 40대가 23명으로 압도적이다. 40대중에서도 45세 미만이 16명으로 과반수를 넘었다. 30대도 김만수 보도지원 비서관 내정자 등 3명에 이른다. 지역적으로 보면 호남 출신이 11명이고, 영남 7명, 충청 4명, 서울·강원 각 3명, 경기 2명, 제주 1명이어서 노 당선자의 지지 기반이 아직은 호남에 편중돼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여성 비서관의 경우, 처음으로 여성 법무 비서관에 발탁된 황덕남 변호사 등이 가세해 모두 4명이나 전체의 13% 정도에 그쳐 여성 발굴에도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제도개선 비서관에 발탁된 김형욱 청와대 시민사회비서관 등 현직 비서관 2명을 제외하면 공무원이 배제된 점도 눈에 띈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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