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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야당 "총통후보 단일화" 합의 천수이볜 재선가도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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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야당 "총통후보 단일화" 합의 천수이볜 재선가도 "비상"

입력
2003.0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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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단일후보와 여당 후보의 팽팽한 접전이 될 것이다." 대만에서 제1 야당과 제2 야당이 내년 3월 총통선거에서 단일후보를 내기로 합의하자 대만의 정가 관측통들은 여당인 민진당 소속의 천수이볜(陳水扁) 총통과 야권 단일후보가 예측불허의 대결을 벌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단일화에 합의한 주인공들은 2000년 총통선거 때 각각 3위와 2위를 기록한 국민당의 롄잔(連戰) 주석과 친민당의 쑹추위(宋楚瑜) 주석.단일화 합의로 민진당이 긴장하는 등 대만은 벌써부터 선거 열기로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 총통 선거 때 여당이었던 국민당의 분열로 한국의 1997년 대선상황을 그대로 재연했다는 얘기를 들은 대만이 또다시 한국의 '후보단일화'를 벤치마킹 할지 주목된다.

단일화 합의와 선거 구도 재편

롄잔과 쑹추위는 14일 회동을 갖고 "뿌리가 같은 우리들은 대만의 미래를 위해 손을 잡기로 했다"며 후보단일화와 정책공조에 합의했다. 친민당의 한 고위 관계자는 "롄잔이 총통후보가 되고 쑹추위가 부총통후보가 될 수도 있다"고 밝혀 롄잔이 일단 단일화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하지만 "카리스마를 갖고 있는 쑹추위의 득표력이 더 높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다만 쑹추위는 국민당 사무총장 재직시의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곤욕을 치른 적이 있는 게 약점이다.

야권 후보단일화가 됐을 때 천수이볜의 재선에 제동이 걸린 것이란 분석이 적지 않다. 현재 제1야당인 국민당과 제2야당인 친민당의 지지층을 합칠 경우 민진당 지지층보다 우세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 지난 총통선거 때 천수이볜 후보는 497만7,737표를 얻어 국민당을 탈당, 무소속으로 출마한 쑹추위(466만4,932표) 후보를 불과 30여만 표 차이로 눌렀다. 당시 쑹추위 후보와 국민당 롄잔 후보가 얻은 표(292만5,513표)를 합치면 득표율은 59.9%에 이른다.

야권 후보단일화 움직임에 대해 민진당측은 "야당은 최악의 후보를 고를 것이므로 걱정하지 않는다"며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그 동안 국민당과 친민당을 분리시키는 3분천하(三分天下) 전략을 펴온 민진당은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통일 논쟁 가열

대만 출신인 천수이볜 총통은 대만 독립을 암묵적으로 지지하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해 8월 '대만해협을 사이에 두고 한쪽에 한 나라씩이 존재한다'는 의미의 '일변일국(一邊一國)'론을 폈다. 그가 대만의 분리독립 문제를 묻는 주민투표 실시를 검토하겠다고 밝히자 중국은 "대만 독립을 결코 허용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반면 롄잔 국민당 주석은 "일변일국론은 양안(兩岸) 관계를 해치는 발언"이라고 비난했고, 쑹추위 친민당 주석도 "대만 지도자의 본분을 망각한 무책임한 언사"라고 가세했다. 롄잔과 쑹추위는 일단 현상유지를 하더라도 궁극적으로 통일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분열됐던 '통일추구 세력'과 범보수세력이 연대에 합의함으로써 내년 총통선거에서 중국과의 통일 문제가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누구를 단일후보로 내세울지에 대해 최종 합의가 이뤄진 것은 아니어서 후보단일화 성사 여부는 좀더 두고 봐야 한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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