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대 노무현 대통령 취임을 8일 앞둔 17일, 서울증시가 침체에서 벗어나 오랜만에 급등하자 새 대통령 '취임 랠리(상승장)' 기대가 솔솔 나오고 있다.25일로 예정된 대통령 취임식을 앞두고 그동안 시장을 짓눌러왔던 이라크 전쟁 위기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상당 부분 진정된데다, 기관투자가들의 자금 투입과 신정부 출범에 따른 정책 불확실성 해소 기대가 취임 랠리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17일 종합주가지수는 26.63포인트(4.63%) 급등하며 600선을 단숨에 회복했다.
수급개선과 반전시위가 가져온 봄기운
이날 증시 급등에는 지난 주말(14일) 미국 뉴욕증시가 이라크 전쟁 가능성 감소와 델컴퓨터의 실적 호조로 상승한 데 따른 투자심리 호전이 크게 작용했다. 여기에다 연·기금과 투신 등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900억원 이상 주식을 순매수(매도액을 뺀 매수 초과액수)하고, 그동안 주식을 팔아치우던 외국인들도 장 막판 143억원 순매수로 돌아서며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미국 경기 및 기업실적 개선과 3월 반도체 가격 상승 기대감도 정보기술(IT)주 상승에 한 몫했다.
취임 랠리 기대감 확산
이처럼 국내 기관을 중심으로 주식 매수가 본격화하면서 노 당선자의 취임식을 앞두고 단기 랠리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역대 대통령 취임식을 전후한 주가흐름을 분석해보면 김대중 대통령 취임 때는 취임전 1주일 간 종합주가 지수가 14.7%(69.16포인트)나 급등했다. 김영삼 대통령과 노태우 대통령 취임 1주일 전에도 주가는 소폭 상승했다. 하지만 정작 취임식 당일에는 주가가 약세를 면치 못해 김대중 대통령 취임식 날에는 하루 4.5%나 폭락했고 김영삼 대통령 취임식 때도 2.6%나 하락했다. 다만 김대중·김영삼·노태우 대통령 모두 취임 첫해 1년간 주가를 크게 끌어올리는 데는 성공해 '새 대통령 임기 첫해 주가는 좋다'는 한국증시 격언을 만들어냈다.
물론 새 대통령 '취임 효과'보다 당시 경기 사이클(흐름)이 정권교체와 맞아떨어져 임기 초반 주가강세로 나타난 탓도 있지만 신정부 출범에 따른 정책 불확실성 해소가 주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막연한 기대보다 주변 여건 주목
노 당선자의 취임 첫해인 올해도 이 같은 취임 랠리 '경험'이 '현실'로 나타날지 아직 미지수다. 우선 노무현 주가는 취임식을 10여일 남겨놓았던 이 달 14일 575.24로 지난해 12월 당선 확정일(12월20일) 709.44에 비해 23.3%나 하락하는 '실망스런' 흐름을 보여줬다. 취임을 앞두고 증시 환경이 다소 나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경기·북한 핵·외국인 투자·정책평가 등 어느 것 하나 우호적이지 않다. 굿모닝신한증권 김중현 연구원은 "금융환경이 점차 개방화·선진화하면서 단순히 새 대통령 취임이라는 이벤트 만으로 주식시장의 강세흐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이라크 전쟁 및 북한 핵 문제와 이에 따른 외국인 투자 동향 등 시장 내외 변수들의 추이에 따라 취임 효과가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지나친 낙관론은 금물"이라고 말했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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