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회장이기도 한 손길승(사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이 좌불안석의 난처한 입장에 빠졌다. 전경련 회장으로 선임(2월 7일)된 지 정확히 열흘 만에 피고발인으로서 검찰 수사를 받게 됐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전경련 회장이 검찰 수사를 받은 적이 없는데다, 만약 사법처리까지 받을 경우 손 회장은 '치욕의 전경련 회장'으로 기록될 지도 모른다. 검찰은 17일 수사에 착수하면서 손 회장에 대해서는 전경련 회장 신분을 감안해 출국금지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피고발인으로서 수사를 받게 될 것임은 분명히 했다. 검찰은 손 회장이 SK 회장이자 최태원 SK(주) 회장의 '후견인'으로서 이번에 문제가 된 부당내부거래 및 배임과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손 회장은 주요 재벌 오너들이 전경련 회장직을 거부하자 중학교 동문인 손병두 전경련 상근 부회장 및 이학수 삼성구조조정본부 사장 등의 끈질긴 권유에 밀려 회장직을 맡았다. 손 회장 앞에는 재벌 개혁에 열성적인 노무현 신 정부와 재계의 관계를 원만히 유지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가 놓여 있었다. 그러나 전경련 회장이 되는데 발판이 됐던 모기업이 이제 큰 굴레가 된 셈이다. 설사 자리를 유지하더라도 제 역할을 하기 힘들게 될 수도 있다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재계 관계자는 "새 정부가 손 회장을 최태원 회장과 다른 차원에서 처리할 것인지 궁금하다"며 "전경련 회장직이 사법의 칼날에서 벗어나게 해 줄 지 여부는 지금으로서는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윤순환기자 goodm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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