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께.분투 끝에 선거에서 승리하신 것을 축하 드립니다. 이제 당선자께는 일국의 정치가에서 세계적인 지도자로 변모해야 하는 보다 어려운 문제가 남아 있습니다. 취임 초기인 만큼 '국가에 충성하는 야당'(한나라당)은 국내 문제에 있어 호의적으로 나올 수 있겠지만, 북한은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입니다. 현재 북한이 유발하고 있는 위기에 당선자께서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앞으로 남북한 및 한미 관계의 성격을 결정짓게 될 것입니다.
한국의 안보문제를 오랫동안 연구한 사람으로서 삼가 몇 마디 조언의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첫째, 한미간 안보 동맹을 재확인하는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십시오. 저도 그렇습니다만 당선자께서는 '햇볕정책'의 확고한 지지자입니다. 햇볕정책의 첫 번째 원칙은 북한의 공세를 용납하지 않는 것으로 이를 위한 최선의 방법은 한미간의 동맹관계를 명확하게 재확인하는 것입니다.
둘째, 핵 문제에 대한 한국의 입장을 분명히 하십시오. 현재의 교착상태가 남북한 모두를 미국과 대치시키고 있다는 북한의 주장이 틀렸다는 것을 알려주어야 합니다. 한국과 미국은 맹방입니다. 중립이란 있을 수 없습니다. 북한은 이 점을 깨달아야 하며 한국민 역시 그래야 합니다.
셋째, "북한은 즉각적이고도 명확한 방법으로 국제 핵 의무를 준수해야 한다"는 미국과 일본의 요구에 동참하십시오. 북한은 분명 한미 양국을 이간시키려고 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행위가 한미 관계를 오히려 더 굳건하게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북한에 납득시키는 것만이 현재 북한의 태도를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북한은 지금 제네바합의와 핵확산금지조약(NPT)뿐만 아니라, 1992년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을 위반하고 있습니다.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은 북한의 '영원한 지도자' 김일성 주석이 남한과 한 약속입니다.
저는 또 당선자께 미국의 다자적 접근방법을 지지할 것을 촉구합니다. 한국은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 문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한 것을 승인하고 지지해야 합니다. 미―북한간 직접 협상을 주장하는 것은 1994년 제네바합의를 이끌어낸 협상에서 미국이 한국을 배제시켰을 때 일어났던 반발과 배치되는 것입니다. 이는 또한 1996년 4월 당시 빌 클린턴전 대통령과 김영삼 전 대통령이 제주도 정상회담에서 "평화 문제에 관한 한 미국과 북한의 단독 협상은 고려하지 않겠다"고 한 맹세와도 어긋납니다.
미―북한 불가침조약을 요구하는 것은 한국을 평화유지 과정에서 소외시키는 행위입니다. 북한이 조약을 원한다면 북한에게 1999년 북한이 중단시킨 4자회담을 재개하라고 말하십시오.
마지막으로 저는 당선자와 김대중 대통령께 사전에 대응방안을 제한하지 말 것을 촉구합니다. "제재나 무력 대응은 용납할 수 없다"고 시작부터 선언한다면 북한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하거나 북한의 핵 무장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것 외에는 별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이는 받아들일 수 없는 것입니다. 누구도 선제 군사공격에 관해 말하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배제되어서는 안됩니다. 북한의 첫째 목표가 체제의 존속이라면 핵 시설 저지를 위해 가해지는 제한적인 군사 행위에 무모한 자살 공격으로 대응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당선자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계속해서 국제사회와 협력하지 않고 과거 부자(父子)가 함께 했던 약속을 준수하지 않겠다고 한다면 결국 국제사회로부터 북한의 고립을 자초하거나 그보다 훨씬 더 나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음을 분명하게 해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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