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구단의 반대를 뒤로 한 채 일본 J리그 교토 퍼플상가에 전격 합류한 고종수(24) 파문이 축구계 전반에 큰 파장을 불러오고 있다. 당사자인 수원은 "일개 구단이 해결할 차원을 넘어섰다"며 대책마련을 호소하고 있고, 한국프로축구연맹과 축구협회의 속앓이도 깊어가는 형국이다. 수원은 "이적료 없이 선수를 데려갈 수 있다면 국내 프로축구의 존립 자체가 어렵다"며 울상을 짓고 있다.고종수 파문의 핵심은 FA(자유계약)신분에 관한 해석차에서 기인한다. 프로연맹은 국내 FA제도의 특수성을 들어 FA선수가 다른 구단으로 이적할 경우 이적료를 반드시 지불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교토는 FA신분의 박지성이 이적료 한푼 없이 네덜란드로 진출한 사례를 들어 FA선수에 이적료를 지불하는 것은 국제 관례에 어긋난다고 강변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구단간 입장차가 커 극적인 합의가 없는 한 이 문제는 결국 국제축구연맹(FIFA) 분쟁조정위원회에서 판가름날 공산이 커졌다.
상황이 이런데도 사태해결의 책임을 지고 있는 연맹이나 협회는 원만한 해결만 강조하고 있다. FIFA 규정에 이같은 분쟁을 명확히 재단할 만한 조항이 없다는 점을 들어 두 구단이 적절히 합의하기를 내심 바라고 있을 뿐이다. 프로연맹은 자체 FA규정을 들어 수원의 입장이 옳다는 원칙론만 되풀이해 축구인들의 한숨은 깊어가고 있다.
만약 FIFA에 의해 교토의 손이 올라갈 경우 스타급 선수들에 대한 일본 등의 러브콜은 계속되고 대어(大魚)들이 무더기로 빠져나갈 우려가 높다. 그렇다고 국내 규정만을 들어 국제 관례를 무시할 수만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처럼 상황이 급박한데도 프로연맹은 각 구단 사무국장 회의 소집계획도 마련하지 않는 등 '나 몰라라'만 계속하고 있다. 선수이적에 따른 구단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국제 관례와 규정에 맞는 이적 시스템 구축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이범구기자 gogu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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