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취임이 다가오면서 낡은 관행을 청산하자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미국에 살고 있는 필자는 한국에서 타파해야 할 관행 중 하나로 '정치인 이름의 영어 약칭'을 지적하고 싶다. 이른바 '3김 시대'의 세 지도자를 DJ, YS, JP로 표기하는 관습을 없애고, 노무현 대통령(당선자)도 MH로 표기하지 말자는 것이다.영어 이름의 약칭 관행은 1960년대 존 F. 케네디 대통령을 매스컴에서 JFK로 표기하면서 비롯됐다. 그러자 한국의 어느 영자신문이 김종필(Jong Pil Kim)씨를 JPK로 표기했고 이를 시작으로 한국 정치인들의 이름을 알파벳으로 줄여 부르는 유행이 시작됐다. 한자식 아호도 아니고 별호도 아닌 국적불명의 유행이 지금껏 저항감없이 계속되어온 것이다.
한국 이름의 정체성과 민족 문화의 보존을 위해서라도 '노무현'은 'Rho MooHyun' 혹은 'Rho Moohyun'으로 불리고 쓰이는 것이 마땅하다. 필자는 미국 시민권자이기 때문에 미국에서 'Indong Oh'로 쓰고 '인동 오'로 불리게 되는 것이 합리적이지만 한국 국적의 '홍길동'이 미국에서 자신을 'Gil Dong Hong'으로 표기한다면 스스로 정체성을 포기한 것이다. 동양 문화를 아는 미국인은 'Gil Dong Hong'이라고 적힌 명함을 보고 "하이, 미스터 길""하이, 동홍"이라고 한다.
일본 총리 '고이즈미 준이지로'(Koizumi Junichiro)는 무려 16개 알파벳으로 돼 있지만 KJ나 JK로 쓰지도 부르지도 않는다. 중국의 장쩌민 전 주석도 마찬가지다. 이 점에서 필자는 김대중 대통령이 미국에서 이름을 'Kim Dae-jung'으로 표기한 것을 높게 평가한다. 한국에서 아직까지는 노무현 당선자를 MH로 쓰고있지 않은 것은 다행이다. 우리 고유의 이름을 영어식으로 고칠 이유가 없다. DJ, YS하는 식으로 표기하는 습관은 당장 사라져야 한다.
오 인 동 Corea-2000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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