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타깃은 누구일까.'SK그룹에 대한 검찰의 전격적인 압수수색 소식이 전해진 17일 저녁 재계는 충격에 휩싸이면서도 사태의 추이를 파악하기 위해 그룹 정보망을 총동원하는 등 비상상황에 들어갔다.
재계일각에서는 이번 수사가 타협없는 재벌개혁을 천명해온 노무현 대통령당선자의 취임에 맞춰 본격적인 재벌 손보기의 신호탄이라고 우려하면서 전전긍긍하고 있다. 특히 검찰 수사의 도화선을 제공한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및 소액주주들과 법적 분쟁에 휘말려있는 그룹들은 더욱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번 수사가 재계에 대한 대대적인 사정바람으로 이어질 경우 SK에 이어 어떤 기업이 도마 위에 오를지 예단하기는 현재론 불투명하다. 하지만 재벌개혁의 전위부대로 활약해온 참여연대와 법적 분쟁에 휘말려있는 삼성, LG, 한화, 두산 등은 어느 재벌보다도 바짝 긴장하며 검찰의 수사확대 여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지난해 10월 두산의 해외 신주인수권부사채(BW)발행이 대주주 3·4세들의 편법 증여 수단으로 악용된 의혹이 있고, 공시 위반과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불공정 거래로 소액주주에게 피해를 끼쳤다며 검찰과 금감원에 조사를 요청했다.
또 지난달 구본무 LG 회장 등 LG 화학계열사의 지주회사인 LGCI 전·현직 이사 8명을 상대로 주주 대표소송을 서울지법에 제출한 상태. 1999년 구 회장 등 당시 이사들이 회사 보유주식을 구 회장 일가 친척에게 적정가보다 낮은 가격에 팔아 손해를 끼쳤다는 것이 소송의 주된 이유. 참여연대는 이에 앞서 지난해 10월 "한화그룹 경영진이 대한생명 인수를 위해 조직적으로 분식회계에 참여했다"고 주장하며 그룹경영진과 회계담당자들을 서울지검에 고발했다.
삼성도 98년 10월 참여연대가 이건희 회장의 장남 재용씨(삼성전자 상무)에 대한 삼성계열사 증여거래를 부당내부 거래로 문제삼아 손해배상을 제기, 현재 국세심판원에서 소송이 진행중이다.
이들 그룹들은 한결같이 "SK 사건과는 사안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우리는 문제가 될 것이 없을 것"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검찰 수사의 칼날이 재계 전체로 확산될 것이라는 일각의 전망에 대해서도 "경기가 국내외 악재들로 침체국면을 맞는 상황에서 이제 막 출범하는 새정부가 재계와 전면전을 벌이지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삼성 구조조정본부 관계자는 편법 증여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는 점에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이재용 상무의 편법증여문제는 이미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사안인 만큼 별도 수사가 필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LG 구조본 한 관계자도 "외부기관의 객관적인 심사를 거쳐 확정된 공모가격이라 문제될 것이 없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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