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올림픽에 관해서는 지난해 지방의 국제화를 테마로 한번 썼지만, 이제 후보지역이 강원도 평창으로 일원화했기에 다른 각도에서 한마디 하고 싶다. 일본에서는 요즘 국제경기를 기초자치단체가 아니라 광역자치단체 단위로 개최하는 경우가 많다. 1997년 나가노 동계올림픽도 그렇고 이번 아오모리 동계아시안게임도 그렇다. 지난 월드컵도 10개 개최도시 중 6개가 시가 아닌 현이 개최 주체였다.평창은 물론 이름난 관광지로 용평 리조트를 비롯해 동계스포츠 인프라도 충분히 정비되어 있다. 그러나 국제적 호소력이라는 측면에서는 평창보다 강원도가 더 친숙하고 후속 마케팅을 하기에도 적절하지 않을까 싶다. 지난해 여수 엑스포 유치 실패도 낮은 지명도와 지역의 극소성이 문제였던 선례도 있다.
월드컵 때도 서귀포보다 제주도가 국가 마케팅상 적절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또 이왕 강원도에서 한다면 평창에 국한할 것이 아니라 강릉 정선 삼척 춘천 원주 영월 양양 인제 고성 화천 철원 홍천 양구 등 각 지역에 경기장을 분산해 고르고 다양한 관광마케팅을 펴는 것이 득책이 아닐까 싶다. 겉보기엔 비슷비슷해 보이는 강원도이지만 각 시· 군마다 특색이 있어, 관광객들에게 돌아다니기형 관광을 유도함으로써 김치와 불고기가 전부가 아닌 한국 산촌의 멋을 알릴 수가 있다. 나도 강원도를 좋아해 여러 번 다녀 봤지만 지역마다 국수의 맛이 다르고 막걸리의 색과 맛이 다른 것을 보고 그 숨겨진 다양함에 감명을 받았다. 동계올림픽을 강원도가 세계관광특구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한발 더 나아가 북한에 있는 또 하나의 강원도와도 손을 잡았으면 좋겠다. 고성 통천 회양 이천 평강 등은 분단 전부터 강원도였으며 지금은 항구도시 원산까지도 강원도다.
남북의 도지사가 손을 잡고 이 올림픽을 남북공동개최로 유치하면 어떨까. 평창에서 머글, 속초에서 쇼트트랙을 보고 육로로 북으로 넘어가 금강산에서 점프 스키, 원산에서 여자 아이스하키를 본다. 방문객은 관전하면서 강원도의 대자연에 매료되어 육로관광도 빠짐없이 체험하게 된다. 성화는 통일전망대에서 빛을 낸다. 물론, 2010년 그날까지 남북 강원도가 하나로 합쳐져서 공동개최라는 단서가 빠지는 것이 가장 좋은 시나리오이긴 하지만.
도도로키 히로시 일본인 서울대 지리학과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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