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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체류 외국인들 강제출국 시한 코앞 "나가야 하나, 버텨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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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체류 외국인들 강제출국 시한 코앞 "나가야 하나, 버텨야 하나"

입력
2003.0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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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란 말이냐, 버티란 말이냐." 중국 옌볜(延邊) 출신의 재중동포 태모(48)씨는 1년전 예매했던 인천발 톈진(天津) 행 동춘호의 12만원짜리 승선권을 최근 해약했다. 지난해 불법체류 자진신고를 한 태씨는 한국에 온 지 3년이 넘어 당장 출국을 해야하는 상황. 그러나 태씨는 "열흘만 버티면 새로 출범할 정부가 합법적인 신분으로 구제해 줄 것을 기대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불법체류자 강제출국시한이 3월말로 다가오고 있는데도 3년 이상 체류한 15만여 외국인 근로자들이 한국땅을 떠날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불법체류 외국인을 구제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외국인 근로자들 사이에는 '일단 버티면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확산되고 있다.

불법체류 외국인 출국 미뤄

불법체류 외국인들은 출국 일자가 다가오자 아예 자진신고때 출국증거용으로 제출하기 위해 구입했던 항공권, 승선권도 해약하고 있다. 다음달 17일 동춘호로 중국으로 출국할 예정이었으나 1년 더 머물기로 마음을 바꾼 재중동포 남모(41)씨는 "다른 동료들도 대부분 남기로 했다"고 전했다.

지난달 31일 타슈켄트행 아시아나 항공편은 150명의 외국인 예약자 중 130명이 나타나지 않아 텅텅 빈 채로 인천국제공항을 떠났다. 이처럼 항공편의 경우 중국, 태국 등 외국인 근로자들 출신 지역을 중심으로 예약 취소가 급격히 증가했다. 대한항공 관계자에 따르면 약 3만명의 외국인 근로자들이 항공편을 예약했다가 최근까지 20% 정도가 해약했다. 한국이주노동자인권센터에는 최근 항공권 등의 연장 및 환불에 애로를 겪거나 절차를 문의하는 상담이 하루 30건 이상 쏟아지고 있다.

체류기간 3년 미만의 출국 연장 대상자들도 상당수가 출국을 미루고 있다. 출입국관리사무소 관계자는 "대상자 10만4,000명의 60%인 6만4,000명이 출국 연장을 신고했다"며 "이달 말까지 출국 연장 대상자 대부분이 신청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책은 갈팡지팡

일단 눌러앉기로 마음은 정했지만 강제출국 대상 불법체류자들의 마음은 가시방석이나 다름없다. 현 정부가 구제 방침을 내놓지 않는 상황에서 인수위의 의지대로 외국인근로자 고용허가제 법안의 2월 임시국회 통과여부도 불투명하는 등 정부 정책이 갈팡질팡하기 때문이다. 이주노동자인권센터 양혜우(梁慧宇) 소장은 "외국인노동자들은 '대체 인력이 없는 상황에서 한국정부가 결코 우리를 추방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며 "하지만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일자리를 수시로 바꾸고 은신에 대비해 식량 등을 비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 관계자는 "불법체류외국인에 대한 정부 방침도 여러 차례 바뀐데다가 인수위도 별도의 목소리를 내고 있어서 당장 다가온 강제 출국 문제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우리도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이준택기자 nag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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