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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헌 '北송금'해명 / "정상회담 대가" 의혹 증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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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헌 '北송금'해명 / "정상회담 대가" 의혹 증폭

입력
2003.0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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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의 해명은 2000년 6월 남북 정상회담이 현대, 나아가 현대가 북한에 송금한 돈과 밀접하게 연관됐을 것이라는 의혹을 더욱 짙게 했다.정 회장은 이날 "5억 달러가 대북 사업권 뿐 아니라 정상회담 대가와 패키지로 쓰인 게 아닌가"는 질문을 받고 "당시 상황으로 볼 때 정상회담이 열리는 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이 같은 언급은 이틀 전 청와대측 해명과 뉘앙스가 다르다. 임동원(林東源) 특보는 당시 "정상회담을 위해 현대에 협력을 받았다"고 인정하면서도 "5억 달러는 정상회담과 무관한 사업 독점권에 대한 권리금"이라고 분명하게 부인했다.

남북 정상회담의 '발원지'가 현대라는 사실도 확인됐다. 정부가 능동적으로 회담을 추진한 게 아니라, 현대측이 먼저 북측에 회담의지를 타진한 뒤 이를 성사시켰다는 것이다. 이 역시 정부측 해명과 미묘한 차이가 있다. 더욱이 정 회장은 2000년 3월8일 박지원(朴智元) 당시 문화관광부 장관과 송호경(宋虎景) 아태부위원장의 첫번째 비밀접촉 마저 현대의 작품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남북정상회담의 탐색부터 준비접촉까지를 현대가 주도했다면 과연 같은 시기에 현대가 북한에 보낸 돈이 회담과 무관한 것인가는 의혹이 나오는 게 논리적 귀결이다.

현재까지 확인된 사실 가운데 정상회담과 대북송금을 연결하는 고리는 시기적으로 5억 달러 가운데 2억 달러가 회담 직전에 급하게 송금됐다는 점 환전 등 송금과정에 국정원이 직접 개입했다는 점 등 두 가지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물론, 현대의 해명도 석연찮다.

정 회장은 북한에 대한 신뢰를 언급하며 "북한이 정식 합의 전 송금을 의뢰해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적어도 2억 달러가 협약 체결을 2개월이나 앞두고 지불됐다는 점에 대한 해명이 되지 못한다. 남북관계 진전 때문에 국정원이 불법을 무릅쓰고 환전에 나섰다는 청와대의 해명도 설득력 미달이다.

결국 현대가 북한에 지불한 5억달러 이상의 영수증 명세 가운데에는 정상회담의 대가라는 항목이 포함됐을 것이라는 데 의혹이 모아질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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