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F 남중수(南重秀·48) 사장은 '본질'이라는 어려운 말과 '신뢰'라는 쉬운 말을 즐겨 쓴다. 남 사장의 핵심경영 지표도 본질 경영, 신뢰 경영, 현장 경영이다.남 사장은 '본질'에 대해 "업계 1위, 시장점유율 60%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고객이 쓰고 싶어서 못 견디는 서비스, 투자가들이 어떻게 든 투자하고 싶어 하는 회사가 좋은 회사다. 그것이 회사의 본질이고, KTF가 추구해야 할 목표"라고 말한다. 신뢰에 대해서는 "회사의 펀더멘털(기초)이 아무리 좋아도 시장에서 신뢰를 잃으면 주가가 좋을 수 없다"며 "주가를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신뢰를 높여야만 한다"고 말한다.
취임(1월 15일) 1개월을 갓 넘긴 그에게는 남다른 욕심이 있다. KTF를 우리나라에서 가장 훌륭한 '전문 경영인 기업'으로 키우는 것이다. 준비 중인 카드는 두 가지다. 주주 구성을 글로벌화하고 이사회를 이사회답게 운영하는 '지배구조의 선진화'가 첫째다. 또 하나는 임직원들에게 무한한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는 '신나는 직장'을 만드는 것이다. 남 사장은 "KTF에는 재벌 오너식의 절대적인 주주가 없기 때문에 이사회를 잘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사외이사를 기업 설명회(IR)에 참석 시키고, 소위원회를 만들어 이들의 역할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10%대인 외국인 주주 비율도 법이 허용하는 수준(49%)까지 끌어올릴 생각이다. 나이가 아니라 분위기에서 젊은 조직을 만들어나간다는 구상이다.
다른 업종에 비해 경쟁이 치열한 이동통신 업계에 대해서도 남 사장은 할 말이 많다. 취임 때 이미 선의의 경쟁과 협력이라는 뜻의 '코피티션'(copetition)을 제안했고, 이례적으로 경쟁사인 SK텔레콤과 LG텔레콤의 최고경영자(CEO)에게도 인사를 갔다. 품질 경쟁을 통해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과도한 마케팅 비용을 자제하자는 얘기를 전했다고 한다.
하지만 본질과 신뢰, 선의의 경쟁만으로 기업을 운영할 수는 없는 법이다. 최근 가입자의 증가 폭 둔화로 이동통신 시장이 거의 포화상태에 달하고 있다. KTF의 성장 엔진은 무엇일까. 그는 "KTF의 미래는 무선 인터넷과 3세대 이동통신에 있다"며 "이동통신사간 번호 이동성 제도가 시행되는 내년 초 이후에 실력이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KTF 4대 사장인 그는 이전 사장들과는 달리 문과(경영학과) 출신이다. 이전의 이상철, 이용경, 이경준 사장 모두 엔지니어 출신들이었다. 남 사장에게 다른 점을 물었더니, "초기에 망을 구축하고 확대해 나갈 때에는 엔지니어 출신들이 더 낫다고 할 수 있다. 이동통신 업계가 기술적인 측면이 강해 엔지니어가 유리한 점이 있지만, 직장생활 20∼30년쯤 되면 문과냐 이과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마인드와 노력이 중요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가정 생활의 본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남 사장은 예의 진지한 표정으로 "편안함이라고 생각한다. 퇴근하고 집에 가면 아내와 얘들을 꼭 껴안아 준다"고 말했다.
사장실을 나오기 전에 남 사장은 자신이 좋아하는 시 두 편을 인쇄해 주었다. 그 중 한 편인 에머슨의 '석세스'(Success··성공)중 일부. "다른 사람에게서 최선의 것을 발견하는 것, 자신이 한 때 이곳에 살았음으로 해서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남사장이 생각하는 진정한 성공의 모습이다.
/윤순환기자 goodman@hk.co.kr
■ 남중수 사장은 누구
1955년 서울 생
1974년 경기고 졸업
1979년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1980년 정무 1장관 비서관
1982년 한국전기통신공사(현 KT) 경영기획과장
2001년 한국전기통신공사 재무실장(전무)
2003년 1월 KTF 대표이사 사장
■ 내가 본 남중수
1968년 중학교 1학년 첫 시간, 앞 자리에 앉은 친구가 유난히 눈에 띄었다. 나이에 비해 의젓하고 사려 깊은 면모가 마음에 들었다. 중학생 남중수는 학급의 반장으로 선출되는 등 일찍부터 리더십을 발휘했다.
이후 고교, 대학, 유학 시절을 거쳐 사회생활까지 남 사장과 가까이서 교분을 나눠왔다. 남 사장은 강산이 세 번 넘게 변하는 동안 한결같은 모습과, 언제나 상대를 먼저 생각하는 마음을 보여줬다. 남 사장은 폭 넓은 인간관계를 맺으면서도, 그 많은 사람들과 깊은 인간적 교류를 가진다. 남 사장은 불교 신자로서 인연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말을 한다. 그와 인연을 맺은 사람들도 그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친구들은 그를 '가까이서 볼 수록 인간미가 있고, 씹을수록 맛이 나는 고기' 같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경영학 교수로서 KT 임직원들을 만날 기회가 많다. 남 사장은 행동하는 경영자다. 깊이 생각한 후 빠르게 결정하고, 결정되면 바로 실행에 옮긴다. 그는 KT의 경영혁신 추진, IMT-2000 사업권 획득, 해외 주식예탁증서(DR) 발행과 SK텔레콤 지분문제 등의 어려운 과제를 해결하며 KT 완전민영화를 달성했다.
그러나 남 사장의 진정한 능력은 그의 인간성에서 우러나오는 리더십에 있다. 회사 내에서는 남 사장을 변화를 주도하는, 신뢰가 가는, 같이 일하고 싶은 리더로 평가한다. 휴일에 근무하는 부하들을 위해 과일을 깎아 오는 자상함과, 궂은 일을 도맡아 하는 솔선수범이 리더십의 중요한 원천이다.
이제 KTF는 훌륭한 리더를 맞아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남 사장이 KTF를 세계 통신업계에서 존경받는 훌륭한 기업으로 발전시킬 것을 기대해 본다.
/외국어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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