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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만에 열린 "금강산 육로"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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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만에 열린 "금강산 육로" 가보니

입력
2003.0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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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은 자전거로, 직장인은 자가용으로 금강산을 찾을 날이 하루 빨리 왔으면…." "자동차로 1시간이면 갈 수 있는 길을 여는데 반세기나 걸렸다니…" 14일 분단 반세기 만에 처음으로 휴전선 군계분계선을 육로로 넘어 금강산을 찾은 시범 관광단 500여명은 설레임이 가득한 목소리로 감격을 되뇌었다. 육로관광에 대한 기대는 비단 관광단뿐만이 아니었다. 14일 오후 남측 임시출입관리연락사무소(CIQ)에 몰려와 시범관광단을 환송했던 강원 고성군 명파마을 주민들은 16일 오후 5시에도 다시 나와 관광객의 무사귀환을 반겼다. 주민 김대선(金大善·58)씨는 "한국전쟁 당시 폭격으로 정상이 5m나 깎여나간 저 산을 넘어 정말 버스가 오간 것이 맞느냐"면서 "실향민이 대부분인 마을주민 500명이 전부 육로관광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동행했던 이장희 한국외대 법대 교수도 "개혁과 개방만이 민족의 앞길을 보장한다는 것을 확인한 여정이었다"라고 감격했다.첫 육로 관광길은 기자에게 분단 현실의 아픔과 통일에 대한 희망을 동시에 느끼게 했다.

군사분계선 남쪽 지역 도로변 철조망에 내걸린 붉은색 '지뢰지대' 표지판과 '먼저 보고 먼저 쏘자'라는 표어는 엄연한 분단 현실을 상징했다. 북측 지역 도로 양 옆에 2∼4명씩 줄 지어선 북한군들은 관광단의 손짓에도 굳은 표정에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남북 철로를 잇는 동해선 공사 현장에 내걸린 '북남 철길도로 공사 중'이라고 쓰인 팻말과 줄지어 오가는 현대 트럭들은 또 다른 희망의 씨앗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39.4㎞를 달려온 남측 관광단을 맞이하기 위해 북측이 준비한 '금강산 관광객들을 동포애의 심정으로 환영한다'는 플래카드도 남측 관광객의 마음을 열어 주기에 충분했다.

백설에 뒤덮인 금강산은 겨울 특유의 '개골산'의 멋을 뽐내고 있었다. 2000년 10월, 2001년 6월에 이어 3번째로 이곳을 찾은 한 일본인 기자는 "북측의 통제나 관광코스가 조금씩 자유로워 지는 등 변화가 느껴진다"면서도 "북핵 문제가 심상치 않은데도 육로 관광이 연결된 남북 교류 현황이 신기하기만 하다"라고 말했다.

관광객들은 진한 아쉬움과 함께 약간의 불평도 쏟아냈다. "선택적 관광이라지만 실제로 갈 곳이 많지 않다" "위락 시설이 부족하다" "비로봉까지 올라 갈 수 있어야 되는데…."

/금강산=정원수기자 nobleli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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