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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 클리닉 ./ 로또 중독

입력
2003.0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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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를 구하러 새벽부터 장사진을 친 사람들. 종종걸음으로 귀가를 서두르는 사람들. TV 앞에 몰려 환호와 탄식을 연발하는 사람들. 손에 땀을 쥐고 구르는 공에서 눈길을 떼지 못하는 사람들. 출근하자마자 삼삼오오 모여 어제 일을 화제로 이야기 꽃을 피우는 사람들. 눈만 감으면 공이 어른거려 일손에 안 잡힌다는 사람들.어디에선가 많이 본 광경인데…. 그렇다. 지난해 월드컵 동안의 모습이 그대로 재연되고 있다. 광풍(狂風)이라고 불릴 만큼 인기를 끌고 있는 로또복권이 그 주인공이다. 월드컵과 다른 점이라면 전국민을 한탕주의에 빠뜨리고 근로의욕을 빼앗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는 것.

사실 도박이라고 하면 카지노, 경마, 경륜 등만 생각하기 쉽지만 복권 역시 불확실성에 행운을 바라는 기대심리를 이용한 사행산업이란 점에서 도박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다만 복권은 구입하기 쉬워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는 '대중 도박'이기 때문에 다른 도박보다 중독성은 약하다는 것이 특징.

그런데 로또가 나오면서 복권도 도박으로 업그레이드됐다. 대중성은 그대로 간직한 채 당첨금을 올려 중독성을 높인 것이다. 더욱이 자신이 직접 6개의 숫자를 정하기 때문에 '내 인생은 내가 결정한다'고 착각하도록 해 께름칙한 마음을 없애주는 '배려'까지 했다. 로또가 광풍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힘이 있기 때문. 며칠 전 40대 남자가 "로또!"를 외치며 지하철 선로로 뛰어 들었고, 농협직원이 고객 돈으로 몇십억원 어치 로또 복권을 샀다. 또 첫 로또 1등 당첨자는 '누가 나를 죽일지 모른다'는 피해망상에 사로잡혀 있다고 한다.

문제는 이런 부작용이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최고의 행운을 거머쥔 당첨자 중 많은 사람이 이혼이나 가정불화, 우울증 등으로 불우하고 살고 있고,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는 매년 1,000여명이 자살한다. 이제 한방에 인생 역전을 꿈꾸는 '또또족'을 고집할 지 아니면 이젠 일상으로 돌아와 '노(no)또족'이 될 지 결정해야 할 때다.

/정찬호 정신과전문의·마음누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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