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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검 첫 평검사회의/"검찰 스스로 개혁" 외부 논의에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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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검 첫 평검사회의/"검찰 스스로 개혁" 외부 논의에 "반발"

입력
2003.0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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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사상 처음 열린 서울지검 평검사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은 자생적 개혁 노력 등 자아 반성을 담고 있긴 하지만 대통령직 인수위 등 외부 개혁 논의에 대한 강력한 반발 메시지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어 향후 검찰 개혁을 둘러싸고 치열한 논란이 예상된다.이날 평검사들의 개혁 논의는 검찰의 중립성 확보 대국민 신뢰회복 인사문제 등에 집중 됐다.

평검사들은 우선 정치적 중립성과 준사법기관 위상 확보를 위해 '검찰총장 추천위원회'의 구성을 주장했다. 상명하복 조직의 정점인 총장 인사가 정치권에 좌우되는 한 중립성을 기하기 어렵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 또 검사 인사권을 법무장관이 아니라 총장이 행사토록 주장한 것도 '정치인' 장관보다는 자신들이 뽑은 총장이 인사 중립성을 확보하는 데 도움 되리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장관의 총장에 대한 구체적 사건 지휘권까지 폐지하자고 의견을 모은 것도 '외풍' 차단의 한 방편으로 풀이된다.

평검사들은 또 검사동일체 원칙의 상명하복 규정은 유지하되 항변권을 인정하고 결재 과정에서의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는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평검사들은 사건을 둘러싼 청와대나 정치권의 비공식 접촉 등을 통한 부당한 압력 에 대해 분명히 짚고 넘어갔다. 앞으로 중립성 훼손 사례는 평검사회의 등을 통해 공론화해 철저히 문제 삼자는 의견이 많았다고 한 수석검사는 전했다.

특별검사제도와 관련, 검사들은 "개혁이 제대로 이뤄지면 특검제는 필요없다"고 전제한 뒤, 다만 수사 결과와 상관없이 정치적 공방이 예상되고 국민들이 원할 경우에 한해 특검제를 수용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평검사들은 이와 함께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투명한 사건처리가 무엇보다 절실하다며 부당한 청탁 관행은 사라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또 잘못된 과거를 적극적으로 개선하지 못한 점을 부끄럽게 생각한다고 반성했다. 그러나 '잘못'에 대한 구체적 사례 제시는 삼갔다.

평검사들은 특히 외부의 일방적 개혁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이들은 "외부 개혁 논의는 검찰 독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경고까지 했다. 또 개혁은 검찰 구성원이 중지를 모아 추진될 때 성공할 수 있다고 못 박는 등 자생적 개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평검사들이 내놓은 개혁 방안의 수용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유창종(柳昌宗) 서울지검장은 회의 내용을 보고 받고 "기대 이상으로 진솔한 토론이 이뤄지고 좋은 이야기도 많이 나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또 다른 간부는 "엄연한 인사권자가 있는데 총장 인사 등에 평검사들이 참여한다는 발상은 지나치다"며 회의적 입장을 표했다. 대한변협 등 법조계 주변에서도 엇갈린 평가와 함께 실현 가능성을 장담하지 못하는 등 앞으로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서울지검 평검사회의는 '최초'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재적검사 96명 가운데 90명 이상이 참석하는 등 뜨거운 분위기 속에서 10시간에 가까운 난상토론 형식으로 진행됐다.

/강훈기자 hoony@hk.co.kr

박진석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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