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미 대통령이 이라크 공격을 위한 카운트 다운에 들어간 가운데, 15일 전세계에서 역사상 최대 규모의 반전시위가 있었다. 유럽과 아시아는 물론, 미국 주요도시와 미국의 이라크 공격을 앞장서 지지하고 있는 영국에서도 대규모 시위가 줄을 이었다. 시위 참가인원은 수 백만명으로 추산되지만, 1,000만을 넘어섰다는 추계도 나왔다. 우리나라에서도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등 6개 도시에서 반전·평화 시위가 펼쳐졌다. 우리나라에서는 북한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요구도 나왔다.반전시위에 나선 사람들의 주장은 간단명료하다. 어느 경우에도 전쟁만은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쟁은 인류가 택할 수 있는 마지막이자 최악의 수단임에도, 부시 대통령은 전쟁을 못해 안달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이들에게는 이라크가 과연 부시 대통령의 말처럼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악의 축 국가'인지, 또 사담 후세인이 지구상에서 사라져야 할 악당인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단지 평화라는 인류 보편의 가치를 우선시 하고 있을 뿐이다. 전쟁공포에 떨고 있는 이라크 국민과 이슬람의 보통 사람들이 중요하며, 이들은 전쟁의 위협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또 미국의 이라크 공격에는 군수산업과 석유이권을 수호하기 위한 이기적 목적이 숨어 있다고 본다.
미국이 9·11테러의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한 가운데, 불안의 원천을 발본색원 하겠다고 나서는 것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는 전세계에서 일고 있는 반전시위의 본질을 겸허하게 수용해야 한다. 여기에는 미국 일방주의의 오만함에 대한 경고와, 무고한 양민에게 엄청남 참극을 안겨줄 전쟁을 문제해결의 수단으로 삼는데 대한 준엄한 질책이 숨어 있다. 부시 행정부는 더 늦기 전에 반전시위가 주는 메시지를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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